[책]셜록 홈즈 무삭제 장편 4권 첫 출간

  • 입력 2002년 2월 18일 18시 03분


셜록 홈즈 시리즈 초간본에 실린 주인공 홈즈의 컬러 일러스트레이트
셜록 홈즈 시리즈 초간본에 실린
주인공 홈즈의 컬러 일러스트레이트
모르핀과 코카인에 탐닉하는 셜록 홈즈? 총상을 입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용사 와트슨? 우리에겐 생소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들이야 말로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그린 홈즈의 참모습이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청소년용 홈즈 전집에서 두 사람은 개인적 아픔이 생략된, 영민한 신사로만 그려졌었다.

도일의 ‘셜록 홈즈’ 전집이 처음 완전한 형태로 선을 보인다. 출판사 황금가지가 최근 ‘주홍색 연구’ ‘네 사람의 서명’ ‘바스커빌 가문의 개’ ‘공포의 계곡’ 등 장편 4편 모두를 번역 출간한 데 이어, 단편들도 6권으로 모아 간행할 계획. ‘홈즈 탐정’이 가진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에는 어린이 청소년용 축약본만이 소개돼 왔으며, 그나마 모두 일본어 번역을 거친 중역(重譯)본이었다.

‘미화작업’의 덮게를 벗고 드러나는 홈즈의 모습은 사뭇 흥미롭다. 홈즈는 와트슨의 제지를 무릅쓰고 하루에도 세 번씩 주사를 맞는 마약중독자로 나타난다. 작품 속에 수사와 관계없는 기행(奇行)이 자주 나타나는 것도 그 때문. 와트슨이 ‘내가 쓴 문장 하나하나가 오로지 자신의 활약상을 기리는 데 바쳐져야 한다’고 불평하는 데서 드러나듯 홈즈는 자기도취자요 요즘말로 ‘왕자병 말기’이기도 했다. 와트슨 역시 20세기초 영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혐오스런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독한 인물로 드러난다.

두 인물의 성격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데 보태 또한가지의 미덕은 ‘사회소설’ 로서의 홈즈 시리즈가 생생한 모습을 얻는다는 점. ‘주홍색 연구’에서는 모르몬교도들이 미국 유타주에 정착하는 모습이 담겨 있으며, ‘네 사람의 서명’은 인도의 반영 혁명인 세포이 항생이 그려지고 ‘공포의 계곡’에서는 미국 서부시대의 갱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이르는 영국 미국의 사회상과 산업화 및 제국주의의 파급효과들을 생동감 있게 관찰할 수 있다.

셜록 홈즈는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픽션 주인공이다.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만도 211편.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을 멀찌감치 따돌린 세계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일본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도 1982년 만화영화판 셜록 홈즈를 제작했다. 북한도 김일성과 친했던 작가 루이제 린저의 권고로 ‘세계 명작 전집’에 ‘샤일록 홈즈’ 편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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