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뷰티]한방미용 "피부미인 가꿔드려요"

  • 입력 2002년 1월 20일 17시 24분


만물이 숨을 죽이는 겨울. 결혼을 한 달 앞둔 회사원 김모씨(30·여)의 얼굴에 난 여드름은 숨죽일 줄 모른다. 여드름이 하나둘씩 나기 시작하더니 얼굴은 어느덧 울긋불긋 ‘꽃밭’이 됐다. 그녀는 화장품 광고에서 ‘피부가 고와야 진짜 미인’이라는 문구를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고 말한다.

깨끗한 피부는 미인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 그러나 많은 사람이 아토피성 피부염에서부터 여드름, 기미 등 각종 피부 질환에 시달린다. 한방에서는 이같은 피부 질환을 증상은 바깥으로 나타나지만 원인은 몸속에 있는 것으로 본다.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전문 피부 관리기기를 갖춘 한방 미용클리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주고객은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 이들은 한약과 침, 뜸 등으로 속병을 치료하는 것과 동시에 한방팩과 지압 등으로 증상을 가라앉히는 ‘전방위’ 피부 미용 관리를 원한다.

▽피부 질환의 원인은 열(熱)〓한방에서는 피부 질환의 주범으로 화(火)를 꼽는다. 몸의 열 순환 체계에 문제가 생겨 여드름 기미 등 피부 질환이 나타난다는 것. 변비나 생리통, 소화기 장애 등을 앓고 있을 때 몸의 뜨거운 기운이 몸 구석구석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위쪽으로 몰리기 쉽다.

자생한방병원 피부미용클리닉의 이성환 진료부장은 몸 속 증상에 따라 피부 질환이 생기는 부위도 다르다고 말한다. 원인별로는 △폐에 열이 많은 사람은 코 주위나 이마 △위에 열이 많으면 입 주위나 등, 가슴 부위 △간에 열이 많거나 월경주기가 일정치 않은 사람은 입과 코, 양미간 관자놀이 주변 △심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얼굴과 가슴에 여드름이 생긴다.

▽열을 다스리는 피부 미용법〓한방 피부 미용의 기본은 겉으로 난 증상을 달래주면서 몸속 장기의 기능을 되살리는 것.

우선 침과 뜸, 한약 등으로 원인 치료를 한다. 열이 몸 속에서 잘 순환되도록 돕는 효과를 낸다.

이어 한방팩과 경락 지압을 통해 바깥으로 나타난 증상을 가라앉힌다. 한방팩은 한약재를 분말로 만든 것이 특징. 건성 중성 지성 등 피부 타입과 여드름과 기미, 아토피성 피부염 등 피부 질환에 따라 각각 다른 팩이 사용된다.

또 증상에 따라 몸의 기와 혈의 순환이 원활해지도록 경락(經絡)을 자극하는 지압, 피부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한방랩핑 등을 하기도 한다.

이은미 여성한의원 원장은 “원인을 치료하지 않은 채 겉으로 난 증상만 치료할 경우 쉽게 재발한다”며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피부 특성에 따른 전문 치료를 받는 것이 흉터 등 부작용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잘못된 한방 미용 상식〓피부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매운 음식이나 술을 피하라는 것은 한약 때문이 아니다. 술 등은 열이 많은 음식이기 때문에 열 순환 체계가 고장나 피부 질환이 생긴 사람에게는 자칫 독(毒)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방팩은 천연재료이기 때문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부작용이 없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전문의들은 천연재료라고 하더라도 모든 피부에 적당한 것이 아니며 발진이나 두드러기 등 민감한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와 상담하거나 한방팩을 손등에 미리 해 본 뒤 피부 반응을 살펴보고 사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또 피부에 좋다는 한약재만 골라쓰는 것도 위험하다. 한약재 사이에도 ‘궁합이 안맞는’ 것들이 있으므로 전문 지식없이 입소문만 믿고 한방팩을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경락 지압 방법〓합곡→관원→백회→태양혈 순으로 지압하면 얼굴로 올라가는 기(氣)가 맑아지고 열(熱)을 다스리는 데 효과적이다. 엄지의 지문 부위를 이용해 10초씩 눌러 준다. 각각의 동작을 5회, 하루 2번 이상 반복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이은미 여성한의원 원장)

▽ 합곡혈=엄지와 검지 뼈가 만나는 곳.

▽ 관원혈=배꼽 아래 6cm 지점(단전).

▽ 백회혈=양쪽 귓구멍을 머리 위쪽으로 연결했을 때 만나는 곳.

▽ 태양혈=눈썹 바깥쪽 끝과 귀 윗부분 사이에 움푹 들어간 곳.

권주훈기자 k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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