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성방송 관련 우왕좌왕…방송委 행정마비 상태

  • 입력 2002년 1월 16일 18시 20분


국내 방송 정책과 심의를 총괄하는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가 사실상의 행정 마비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방송위가 발표한 방송 채널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부터. 방송위가 올해 3월 출범하는 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2년 뒤에는 모든 지상파 방송을 전국에 방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지역방송사들은 ‘지방 문화 말살 정책’이라며 반발하며 현재까지 방송위에 대한 비난의 칼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에 김정기 위원장은 한달뒤 “채널 정책을 재고할 수 있다”고 밝혀 혼선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또 방송위가 최근 CBS의 위성방송 채널사업자 승인을 취소한 것이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정책기관의 위상이 떨어지자 방송위 내부에서 인적 쇄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14일 방송위의 행정을 총괄하는 나형수 사무총장이 “현재 상태로는 방송위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사표를 제출했다가 반려되기도 했다.

방송계는 이같은 사태의 원인으로 방송 정책에 대한 방송위의 리더십 부족을 꼽고 있다. 일례로 김위원장은 지난해 방송위 산하 방송정책기획위원회가 8개월에 걸쳐 만든 종합보고서를 발표하면서도 MBC 등 지상파의 반발을 의식해 “보고서는 방송위의 입장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방송위 내부에서도 “이는 방송사 눈치보기에 급급해 방송 정책 기관의 권위를 스스로 깍아내린 대표적 사례”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더불어 여야간 나눠먹기식으로 구성되는 방송위원(9명)들의 전문성 부족과 정치권 눈치 보기가 방송위의 흔들림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전북대 김승수(신문방송학)교수는 “현재 방송위는 행정과 정책의 비전문성으로 인해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며 “위원 구성 방식이나 사무처의 인적 자원 확보 등의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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