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中 젊은이 한국 유학붐 "한국어 하면 취직 쉬워요"

  • 입력 2001년 6월 6일 18시 46분


중국 옌볜(延邊)에서 고교를 졸업한 한족(漢族) 팡화위(方花玉·19)양은 올 3월부터 서울 경희대 국제교육원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팡양은 내년에 국내 대학에 진학, 한국어를 전공할 계획이다.

“한국말을 잘하면 중국에서 취직하기 쉽고 월급도 많이 받아요. 또 중국에서 유승준 이병헌 오빠들이 나오는 한국 TV 프로그램을 많이 보고 자라 꼭 한국에 오고 싶었어요.”

‘기회의 땅’ 한국을 찾는 중국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학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은 6160명으로 99년(6279명)보다 1.9%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중국인 유학생 수는 1182명에서 1601명으로 35.4%나 증가했다. 교육부는 올해 중국인 유학생이 3000여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대 중국 유학생 회장인 추이저(崔哲·26·경제학과 석사 과정)씨는 “서울대는 학부 과정을 포함해 중국인 유학생이 200명 가량”이라며 “중국 학생들이 많아 캠퍼스가 차이나 타운 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양국간 경제 교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지한파(知韓派)’ 수요가 늘었기 때문. 이 때문에 유학생 대부분이 한국어 경제 경영 무역 정보기술(IT) 관련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

추이씨는 “한국은 중국의 4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인데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많이 진출해 있어 한국어를 할 줄 알면 ‘취업 기회’가 훨씬 많아진다”고 말했다.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한국어과를 개설한 중국 대학은 92년 양국 수교 이전 5개대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40여개대로 늘 정도다.

쓰촨(四川)시에서 대학을 마치고 통신회사에 다니다 지난해 2월 유학 온 저우야쥔(周亞君·28·고려대 전파공학과 석사과정)씨는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싼 학비에 비해 대학 교육 수준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칭다오(靑道)대 한국어문학과장 리정쯔(李正子)교수는 “한국 대학에는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실력있는 교수들이 많은 반면 학비가 비교적 저렴해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지린(吉林)대에서 건축학과 1학기를 마치고 지난해 성균관대 경제학부로 편입한 선장(申江·22)씨는 “‘한리우’(韓流)로 불리는 한국 대중문화가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중국 젊은이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정서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취업을 노리고 비교적 비자 발급이 쉬운 유학을 선택해 대학에 적만 두려는 편법 유학자들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입학 조건으로 보증금을 요구하는 대학도 있다.

경희대 국제교육원 한국어교육부장 김중섭(金重燮)교수는 “불법 체류자들을 걸러내기 위해 입학시 보증금 400만원을 내도록 했다”며 “400만원이면 중국의 대학 교수 2년치 월급에 해당할 만큼 중국 학생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액수”라고 말했다. 현재 경희대 국제교육원 한국어 과정에 등록한 40여개국 200명 가운데 40여명이 중국인이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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