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회 평론 저널 '스모그'- 계간지 '문학과경계'

  • 입력 2001년 6월 3일 18시 50분


'스모그' 편집위원들.
'스모그' 편집위원들.
◇깊이와 다양성으로 '장벽' 허문다

학계 안팎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 교수들과 젊은 연구자들이 반년간 사회평론지 ‘smog(스모그·나남출판 간)’와 문학 계간지 ‘문학과 경계(문학과경계 간)’를 각각 창간했다.

작고 가벼운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긴 호흡으로 깊이 생각하게 하는 글을 싣겠다’는 ‘smog’와 문학을 중심으로 하되 ‘문학을 둘러싼 고답적 경계들을 인문학의 깊이로 허물어 내겠다’는 ‘문학과 경계’. 이들의 신선한 시도가 지식인들 사이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우선 ‘smog’는 고려대 교수 10 명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김균(경제학과), 김병국(정치외교학과), 김승현(신문방송학과), 박길성(사회학과), 박노형(법학과), 안덕선(의학과), 염재호(행정학과), 이남호(국어교육과), 임혁백(정치외교학과), 장하성(경영학과) 교수. 모두가 해당 분야의 ‘마당발’로 소문난 교수들이다.

“현재 한국사회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쩌면 각기 시간적 공간적 연원을 달리하는 요소들이 무작정 뒤섞여 있어 그 성격을 해명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사회가 바로 한국이 아닌가 싶습니다.”(김균 교수)

김균 교수는 근대적 민주주의와 봉건적 붕당정치, 박제화된 민족주의와 세계화 이데올로기, 박정희 시대의 발전모델과 신자유주의적 시장지상주의 등이 공존하며 뒤엉켜 있는 한국사회를 ‘잡종 사회’라고 지칭한다.

그래서 창간호의 ‘특집1’ 주제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다. 이들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각 영역의 관점에서 점검했다.

이것은 쉽게 답이 나올 수는 없는 문제이지만, 대신 시민운동에서 현재 한국사회의 희망을 발견하고 ‘특집2’의 주제를 ‘시민사회와 한국의 시민운동’으로 잡았다.

이들은 “스모그가 가득하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자기 점검과 확신의 영토를 분명하게 확보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한편 ‘문학과 경계’의 주축은 제도권 대학에서 하기 어려운 다양한 주제의 실험적 세미나와 강좌로 주목을 받고 있는 대안적 지식인 집단 ‘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

고미숙(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고병권(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원), 정선태(서울대 국문학과 강사), 고봉준(문학평론가), 황지헌(문학평론가), 이진경(성공회대 강사·사회학)씨 등 이 집단의 연구자 외에 출판평론가 표정훈, 작가 박상률, 시인 박순선씨 등이 동참했다.

고미숙씨는 “문단의 시류나 일시적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인문학적 심층을 탐사함으로써 문학을 가둬버린 경계를 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마련한 창간호 특집이 바로 ‘문학의 경계, 경계의 문학’.

이 특집에서는 근대 독일의 카프카, 현대 한국의 이상, 근대 중국의 루쉰, 조선후기의 박지원 등 형식적 내용적 측면에서 문학과 그 외부를 종횡으로 넘나드는 글쓰기를 했던 작가들을 조명했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은 시도 자체가 이미 시대 지역 민족 등의 장벽을 허무는 것.

이들은 “그물망처럼 얽힌 절단장치들을 가로질러 새로운 변이의 선을 만들지 않는다면 문학은 그저 ‘박제화된 위안물’이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국문학의 현실을 진단하며 그 돌파구를 찾고 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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