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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3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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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 출신의 브래들리 보투어(37·한양공고 영어교사)는 지난 2년을 서울에서 보내며 매일같이 지하철을 이용해 왔다. 외국인으로서 서울에서 운전하기가 너무 힘들기도 하지만 깨끗하고 편리하면서도 서울시내 어느 곳이나 도달할 수 있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어느덧 몸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안내 시설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안내 시설에 표기된 영어도 제각각이어서 혼란을 가중시킨다. 예를 들어 외국인들에게 ‘Jongro-gu’와 ‘Chongro-ku’는 전혀 다른 지명으로 읽히는데도 이런 표기가 한 역 안에서 버젓이 같이 쓰인다는 것. 요즘도 신림역에서 학교가 있는 동대문운동장역까지 매일같이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보투어씨는 시민들의 지하철 에티켓에 대해서도 따끔한 한마디를 했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기껏 줄을 서놓고 나서는 전동차 안에서 사람들이 내리기도 전에 한꺼번에 몰려드는 건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는 서울시가 지하철 에티켓에 관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서울시 홈페이지의 ‘사이버 모니터링의회(www.english.metro.seoul.kr)’ 게시판에 제시했다.
서울시는 보투어씨의 의견을 비롯해 그동안 모니터링 게시판에 접수된 외국인들의 지하철 관련 의견과 우수 아이디어를 31일 공개했다.
외국인들은 서울의 지하철이 비교적 잘 발달돼 있으나 안내방송이나 출구표시, 시간표 등을 다양한 언어로 제공하지 않는 점과 침뱉기나 쓰레기 버리기, 무임승차, 잡상행위, 무분별한 전도행위 등을 잘못된 지하철 문화로 지적했다. 또 관광객을 위해 횟수에 제한없이 당일에만 쓸 수 있는 ‘1일 패스’제도를 도입하거나 역내 공연허가제도를 도입해 서구처럼 지하철역 분위기를 개선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이 밖에 “지하철에서 순찰근무를 하는 공익근무요원을 카투사와 같은 외국어 가능 요원으로 배치해 외국인 안내를 담당케 하자”는 의견과 “지하철 역사내에 범죄신고용 버튼을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