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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6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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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저명한 시인이자 평론가인 사가와 아키(佐川亞記·48)가 일본의 시 전문지 ‘조류시파(潮流詩派)’에 연재했던 평문을 묶은 ‘한국현대시소론집’(토요미술사출판판매).
이 책은 한국 시사(詩史)를 ‘초창기’ ‘확립기’ ‘신세대의 파도’ 시기로 나누고, 초창기에 이상 윤동주 정지용 등 5명을, 확립기에 김지하 구상 고은 등 14명을, 신세대에 최영미 박노해 장정일 황지우 등 20명을 그들의 작품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예감’이란 부제에서 보이듯 책의 절반 이상을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박노해를 ‘노동을 노래하는 신세대’로, 장정일을 ‘발칙한 시의 해체자’로, 최승호를 ‘현대의 샤만’이라고 시풍(詩風)을 정의하며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책 맨 앞에 최영미를 앞세워 다른 시인의 두 배가 넘는 20여쪽 분량으로 소상히 다룬 점이 눈에 띤다.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중에서 ‘퍼스널 컴퓨터’ ‘슬픈 카페의 노래’ 등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최영미의 시는 격동하는 한국 사회를 다양한 면에서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저자는 “그의 시에는 소련 붕괴 후의 사회운동에 대한 실망감, 일상과 욕망의 복권(復權), 정보화 사회의 급속한 전개, 여성의 사회진출과 성 의식의 변화 등 갖가지 요소들이 응축되어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그는 “일본의 시는 소련 붕괴 이전에도 사회적인 테마가 희박하고 개인을 다룬 경향이 강했다”면서 일본 작가들에게 한국의 시를 배우기를 권하고 있다.
사가와씨는 후기에서 “일본 젊은이들이 한국의 젊은 시인들을 통해서 새로운 만남의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한국어강좌를 통해 한국어를 익혔다는 그는 홈페이지 (www2u.biglobe.ne.jp/∼sagawa)를 통해 일본에 한국시를 꾸준히 번역 소개하고 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