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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27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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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아르마니, 파코라반, 폴로 등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은 일찌감치 자신의 이름을 부여한 향수를 제작해 세계에 판매해 왔다. 국내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이정우(사진)씨가 다음달 디자이너 브랜드 향수(LG생활건강) ‘사피(Sa Fille·그녀의 딸)’를 서울에서 출시하며 파리에서도 이와 관련한 컬렉션을 갖는다.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씨의 딸인 그의 정체성을 상품명으로 삼은 셈.
“디자이너의 체취가 살아 있다는 게 다른 점이죠. 획일적인 ‘향’보다는 옷의 분위기에 맞춰 장식하는, ‘보이지 않는 액세서리’ 역할을 하잖아요.”
이씨는 세계 2대 조향사(調香師)로 손꼽히는 프랑스의 장 스페이스에게 기본향을 받아 지나치게 페미닌하고 노골적인 분위기를 삭제하는 대신 달콤쌉싸름한 향기를 주입해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 남자와 여자, 신선함과 노련함을 아우르는 자신만의 분위기를 연출해 냈다. 자신이 애용하는 ‘큐컴버(오이) 에센셜 오일’을 적절히 절충한 덕분. 첫인상은 화사하게 울려퍼지는 샤넬이나 정적인 단단함을 선사하는 아르마니 향수의 중간쯤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코끝을 시원하게 다듬는 자연의 향취가 더 진하게 다가온다.
“동양적인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저의 패션세계를 그대로 투영한 거죠.”
이씨의 말은 병 모양에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동그랗지도 네모나지도 않지만 보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형태가 달라지는 ‘은은한 입체감’을 드러낸다. 한눈에 와닿는 이미지는 검정고무신과도 비슷하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