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태선생 미발표 유고 대량 발굴…고대 박물관 통해

  • 입력 2000년 12월 20일 18시 44분


한국 민속학의 태두이자 역사학자인 남창 손진태(南滄 孫晉泰·1900∼?) 선생의 미발표 유고와 유품 등 관련 자료가 대량으로 발견됐다.

이들 자료는 남창의 장남 손대연(孫大淵·68)씨가 보관해오다 남창 탄생 100주년(12월28일)을 맞아 19일 고려대박물관을 통해 공개한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모두 240여건. 거의 1930, 40년대의 것으로 30여건은 처음 공개되는 자료다. 이 가운데 ‘조선민족사개론’ 하권의 머리말 자필 원고, 그가 직접 채록한 민요와 동요 원고, 색동회 회원임을 밝혀주는 사진은 그의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받는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민족사개론’의 하권 머리말. 그동안 상권만 출판됐을 뿐이며 고려시대 이후를 다룬 하권의 원고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요 동요 80여편을 채집해 기록해 놓은 노트 두 권도 중요한 자료. 그가 일제강점기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채록한 것이다.

‘갈밧헤 갈입히 갈갈(갈밭에 갈잎이 갈갈)/대밧헤 댓입이 대대(대밭에 대잎이 대대)/솔밧헤 솔입히 솔솔(솔밭에 솔잎이 솔솔)/…/양반은 가죽신/상주는 맷투리/머섬은 집신/아희들은 맨발’ 등의 내용으로 당시의 정서를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광식(崔光植) 고려대박물관장은 “남창 선생이 무가(巫歌) 민요를 연구한 것은 잘 알려졌으나 동요까지 채집하고 연구했다는 사실은 처음 확인됐다”면서 “그의 학문 폭이 얼마나 넓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라고 평가했다.

또 남창이 1926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색동회 회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발견돼 그가 색동회 회원이었음이 확인됐다.

민속학자 주강현(朱剛玄) 고려대강사는 “이번에 발견된 자료들은 남창이 얼마나 위대한 학자였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최광식(崔光植)고려대박물관장은 28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심포지엄 ‘남창 손진태의 삶과 학문―단절된 역사민속학, 외길의 민족문화사적 복원’에서 자료 발굴의 의미를 발표하고 고려대박물관 특별전(28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을 통해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남창 손진태▼

1932년 한국민속학회를 창설하고 33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속학회지 ‘조선민속’을 창간해 한국 민속학을 일으킨 당대 최고의 석학. 이후 고려대 서울대 교수, 문교부 차관 등을 지내다 한국 전쟁 당시 납북됐다. 저서는 ‘조선민족사개론(상)’ ‘조선민족문화의 연구’ ‘조선민족설화의 연구’ 등.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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