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사은회 이젠 추억속으로…취업난·학부제 도입등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8시 35분


《사제간에 감사의 정을 나누는 대학가 사은회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취업난이 장기화되고 학부제로 전공학과에 대한 소속감과 교수들에 대한 유대감이 사라지면서 사은회가 ‘추억 속의 행사’로 소멸하고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법학과는 올해부터 공식적인 사은회를 없앴다. 지난해 200여명의 졸업예정자 가운데 80여명이 참석했지만 올해는 그나마 3분의 1 참석도 어려워지자 아예 취소해버린 것. 언론학부 등 이 대학의 다른 학과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역시 97년 말 이후 사은회를 갖지 않는다. 4학년 2학기만 되면 학생들이 수업을 빠져가며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는 데다 교수들도 학생들의 이런 사정을 감안, 사은회를 사양하고 있기 때문.

지방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북대 경제학과 4학년 김민기씨(25)는 “친구들이 자격증이나 취직시험에 몰두하느라 도서관에만 몰려있어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학부제로 인해 학과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사은회 소멸’의 중요한 원인.

연세대 기계전자공학부는 지난해부터 학부제 입학생들의 졸업이 시작되면서 사은회가 자연스레 사라졌다. 지난해까지 복학생들이 주축이 돼 사은회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올해에는 그런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 학부제로 교수들과의 유대감이 희미해졌을 뿐만 아니라 670여명의 학생들이 한꺼번에 사은회를 갖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학부생들의 사은회는 사실상 사라진 셈이며 석박사 과정 졸업생들의 사은회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취업난으로 가뜩이나 부담이 큰 마당에 화려한 겉치레성 행사를 꼭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교수들은 “취업에나 신경 쓰라”며 사은회를 고사하는 입장이지만 내심 아쉬움과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