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경제의 충돌]不況속 지원축소-세금공세

  • 입력 2000년 12월 5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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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는 최근 경제 악화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사정이 안좋아지자 문화 소비를 가장 먼저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문예진흥기금 모금 조기 폐지 결정과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강행 방침, 도서정가제 불인정 움직임 등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문화계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결코 경제논리로만 풀 수 없는 문화적인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美英佛서도 문예지원기금 운영◇

우선 외국의 사례를 보자.

정부가 규제개혁을 명분으로 문예진흥기금 모금을 중단시키기로 한 것과는 달리 미국의 ‘국립예술기금’(2000년 1083억원 지원)과 영국의 ‘예술평의회’(2000년 7221억원 지원)를 비롯해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에서도 문예진흥기금과 비슷한 문화예술지원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도서정가제의 경우, 미국은 시장논리에 맡기는데 반해 선진국 모임인 OECD의 25개 가맹국 중 프랑스 일본 독일 등 12개국은 책값을 시장원리에만 맡겨 놓으면 과열경쟁으로 양서 출판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이유로 도서정가제를 법제화했다.

미술품에 대한 과세문제를 보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대만 등은 미술품 거래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고 있다.

◇내년 예술진흥예산 고작 267억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가장 바람직한 길은 문화계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국악 연극 무용 음악 등 대부분의 문화예술분야는 시장 자체가 좁은데다 경제난까지 겹쳐 정부나 외부의 지원 없이는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화부는 내년 문화예산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자랑하지만 순수 예술진흥 예산은 267억원에 에 불과하다. 또 기업체들의 문화예술 지원 역시 연간 50억원 내외의 문예진흥기금 기부가 고작이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이성림회장은 “문예진흥기금은 기획예산처의 주장과는 달리 준조세가 아니라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른 문화시설 이용자의 기부금”이라면서 “당초 약속대로 2004년까지 모금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이정자 이사장은 “미술품을 투기대상이나 사치품으로 보고 종합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미술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종합소득세 부과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 즐길 수 있는 여건 조성해야◇

문화계 인사들은 또 도서정가제를 계속 유지하되 인터넷서점의 할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출판계와 소비자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문화부는 최근 논란이 되는 3가지 사안에 대해 문화계 편을 들고 있으나 경제부처의 시장논리 주장을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국립국악원의 재정자립도가 극히 낮은데도 불구하고 문화부가 국악원을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해 독자경영토록 하려다 국악계의 반발로 중도포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의 문화향수권 확대를 먼저 고려하지 않고 경제논리를 앞세울 경우 문화환경은 더욱 척박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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