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신간]남녀 작가가 번갈아 쓴 '남과 여', '냉정과 열정사이'

  • 입력 2000년 12월 1일 19시 55분


냉정과 열정 사이 / 츠지 히토나리·에쿠니 가오리 지음 / 양억관·김난주 옮김 / 전2권 각 263쪽 8000원 소담출판사

이 소설은 여러모로 이색적이다. 사랑이란 주제를 놓고 일본의 인기 있는 두 남녀 작가가 릴레이식으로 쓴 소설. 남자 작가는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한 츠지 히토나리(41), 여자 작가는 여성 무라카미 하루키로 평가받는 에쿠니 가오리(36)다.

이들은 소설을 쓰기 전 하나의 상황을 설정했다. ‘이탈리아에 사는 일본인 두 남녀가 대학시절 사랑에 빠져 연인이 되었다 서로 헤어지게 된다. 10년 뒤 여자의 생일,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 두 작가는 주인공들의 취향과 그들이 다녔던 학교 등 기본적인 사항만 공유한 뒤, 이별 이후 주인공의 인생을 각각 소설로 써나가기 시작했다. 남자 작가 츠지는 남자 주인공 쥰세이의 이야기를, 여자 작가 에쿠니는 여자 주인공 아오이의 이야기를.

소설을 쓰는 방식도 특이하다. 두 작가는 1997년부터 2년 동안 한 월간지에 교대로 소설을 연재했다. 에쿠니가 여자(아오이)의 소설을 한 회 실으면, 그 다음호에 츠지가 남자(쥰세이)의 이야기를 싣는 형식으로. 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연재가 끝나고 남자의 이야기(Blu), 여자의 이야기(Rosso) 두 권으로 출간되었다. 물론 베스트셀러였다.

이 두 권의 소설을 번역한 것이다. 남자이야기는 ‘냉정과 열정 사이―Blu’, 여자의 이야기는 ‘냉정과 열정 사이―Rosso’라는 이름으로.

이 책의 화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말 번역에도 이어졌다. 번역자가 일본 문학 전문번역가인 양억관 김난주 부부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남자이야기를, 부인은 여자이야기를 번역했다.

과연, 소설 속에서 남녀 주인공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10년 후 그들에게 옛사랑의 그림자는 어떠한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 두 작가가 쓴 것인 만큼 소설의 결론도 좀 다르다.

남자의 이야기. 아오이와의 이별 후 쥰세이는 고미술품 복원전문가가 되었고 앙증맞은 애인도 생겼다. 옛 사랑 아오이와의 재회가 가능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 약속의 시간이 다가오자, 가족을 버리고 두오모로 달려간다. 폭풍우같은 3일 간의 재회. 그러나 떠나가는 아오이. 어찌할 것인가. 잠시 고민하던 쥰세이. 결단을 내린다. 그리곤 옛 사랑 아오이를 뒤좇아간다….

여자의 이야기. 자신을 부드럽게 대해주는 남성이 곁에 있지만 아오이는 늘 허전하고 불안하다. 지난 사랑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쥰세이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 지금의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오이. 옛 사랑과의 약속이 기다려지고 드디어 그날. 10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오모로 향한다. 쥰세이와의 뜨거운 포옹. 그러나, 내가 있을 곳은 쥰세이의 가슴이 아니라 나 자신의 가슴 뿐이라는 깨달음. 결국, 다시 그의 곁을 떠나가는 아오이….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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