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수능]"내 점수로 어디…" 대입설명회 초만원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36분


“수험생 학부모 여러분! 수능 시험을 본 뒤 이틀간 기분이 좋으셨지요. 입시기관의 가채점 결과가 나온 뒤 어떻습니까. 학교선택 때문에 걱정이 많으실 줄 압니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대강당.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 등 7개 대학 및 대성학원이 공동 주최한 ‘대학 입시 연합 설명회’에서 이 같은 사회자의 인사말에 처음에는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얼굴은 이내 굳어졌다. ‘고득점 인플레’ 속에서 어느 대학을 골라야 합격할 수 있을지 도대체 가늠하기 힘든 현실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년에 대입제도가 변해 올해 반드시 진학해야 한다는 강박감도 한몫을 했다.

▼'고득점 인플레' 긴장감▼

이 때문인지 ‘입시 정보 갈증’을 느끼는 학부모와 수험생들 5000여명이 몰려 설명회장은 북새통이었다. 3000명을 수용하는 대강당은 자리가 부족해 계단이나 통행로에 앉거나 선 사람들로 가득 찼다. 입시 설명자료 5000여부도 금세 동이 났다.

이에 앞서 18일 연세대에서 열린 대입 설명회에도 6000여명이 몰려 입장하지 못한 사람이 수백m씩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수험생들은 평소보다 점수는 올랐지만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삼수생 김대진군(20)은 “모의고사보다 20점 올라 387점을 받았는데 입시 기관마다 상위 1%에 들 수 있는 예측치가 달라 걱정”이라며 “특차에 도전할 생각인데 밤잠을 못잔다”고 말했다.

보성고 3년 최승범군(18)은 “성적은 좋아졌지만 내가 몇 등이나 되는지 몰라 답답하다”며 “일부 친구들은 실망해 벌써 재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너무 쉬운’ 수능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창덕여고 정모양(18)은 “노력에 따른 차이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모의고사에서 300점을 받던 친구가 350점을 받는 것을 보고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공부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탈하다”고 말했다.

수험생보다 더 초조한 것은 학부모. 수험생보다 학부모 참석자가 더 많았다. 이들은 자녀를 위해 논술 출제 경향 등을 빠짐없이 적는 등 자못 진지했다.

▼대학도 선발기준 고민▼

학생을 뽑는 대학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불신에다 수능성적마저 변별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려대 김성인(金成寅)입학관리실장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에서는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크게 뒤바뀌는 현상까지 있다”며 “우수한 학생을 제대로 가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김영수(金英洙)입학관리처장은 “논술 면접의 비중이 커지면서 출제에서 채점까지 입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고 경희대 주동준(朱東駿)입학관리처장도 “소수점 아래 숫자로 학생을 가를 수밖에 없어 공정성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설명회가 끝나도 갈증이 풀리지 않은 듯 대입 전략 강사의 소매를 붙잡고 꼬치꼬치 캐묻는 질문 공세를 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마지막 특차' 22일부터 모집▼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2일부터 특차모집이 실시된다.

161개대에서 모집 정원의 34.8%인 13만1434명을 선발하는 이번 특차모집에서는 수능 고득점자가 쏟아지고 내년부터 이 제도가 폐지되기 때문에경쟁

률이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별 모집 인원은 △서울대 738명 △고려대 2120명 △연세대 2000명 △서강대 864명 △경희대 1688명 △성균관대 1394명 △이화여대 1830명 △포항공대 150명 △중앙대 1870명 △한양대 1999명 등이다.

원서는 22일부터 교부하지만 대부분 대학은 다음달 12일 수능성적이 발표된 뒤 원서를 접수한다.

수능 성적 발표 이전 원서를 접수하는 대학은 △건국대 서울 지방캠퍼스 국제화 특기생(11월27∼28일) △동국대 전반기 일반 학생과 외국어 우수자(11월23∼27일) △숙명여대 예능계(11월28∼30) △한양대 예체능계(11월28∼30일) 등이다.

서울대는 12월11∼13일, 포항공대는 12월13∼16일,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은 12월14∼16일 원서를 접수한다.

특차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은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경희대 한의예과와 아주대 의학부가 계열별 상위 0.5% 이내이며 포항공대 성균관대 의예과, 가톨릭대 의예과 등은 상위 1% 이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은 상위 3% 이내다.

서울대 인문계는 ‘수능 80.8%+학생부 19.2%’로, 자연계는 ‘수능 80%+학생부 20%’로 선발한다.

고려대 서강대(모집 인원의 80%), 이화여대는 ‘수능 80%+학생부 20%’로 선발하며 연세대는 수능성적만으로 100% 선발하되 50%는 우선 뽑고 나머지 50%는 다단계 전형으로 선발한다. 포항공대 등 97개대는 100% 수능 성적만으로 뽑는다.

교육부는 “특차는 1개대에만 지원해야 하며 일단 합격하면 정시모집에는 응시할 수 없다”면서 “같은 대학도 모집단위별로 지원 자격이 다르고 영역별 계열 석차를 따지는 곳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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