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조덕현 설치미술 '발굴하다만 개무덤' 파리 입성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38분


설치미술가 조덕현(43)씨가 프랑스 파리 죄드폼 국립미술관에서 한국 작가로는 이우환씨에 이어 두 번째로 초대전을 갖는 영예를 안게 됐다. 27일부터 내년 1월 21일까지.

죄드폼 미술관은 소장품 전시보다 생존하는 유망작가의 기획전시를 주로 하는 미술관. 조씨의 전시는 한 중 일 세 나라의 중견작가 초대전의 하나로 기획됐다.

전시는 개막일인 27일 발레리 쿡 등 프랑스 고고학자 4명이 죄드폼 미술관옆 튈르리 공원에서 미리 묻어둔 실물크기의 철제(鐵製) 개 조각 20점을 발굴하는 퍼포먼스로 시작해 발굴이 중도에 중단된 상태로 야외에서 이뤄진다.

이 기발한 ‘가상발굴작업’의 상황은 소설가 이인화씨의 상상력으로 마련됐다. 이씨는 91년 이스라엘 지중해 연안의 아슈켈론이란 곳에서 실제로 발굴된 개 무덤에서 단서를 얻어 한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허구의 이야기 ‘아슈켈론의 개―낯선 신을 향한 여행’을 원고지 200매 분량으로 만들어냈다.

조씨는 올 봄 전남 영암군 구림마을에서 ‘구림마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역시 철제 개 조각 20점이 등장하는 전시를 선보였다. 당시 이 작업을 지켜본 죄드폼 미술관의 다니엘 아바디 관장이 파리 전시를 제안해 이번 전시가 이뤄졌다. 구림마을의 개 조각도 죄드폼 미술관에 만든‘거울의 방’ 속에 설치된다.

서울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조씨는 ‘동아미술제 대상(90년)’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95년)’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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