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간화선 효용성 싸고 조계사서 격렬한 찬반논쟁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8시 55분


한국불교의 전통적인 수행방법인 간화선(看話禪)의 효용성을 놓고 24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에서 격렬한 찬반논쟁이 벌어졌다.

간화선은 중국 송나라 때 생긴 것으로 당나라 조사(祖師)들의 선문답을 깨달음의 선례(공안·公案)로 간주하고 이를 참구(參究)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수행방법.

조계사와 불교신문사가 공동개최한 이날 ‘간화선 대토론회’에서 동국대 성본스님은 주제발표를 통해 “간화선 수행은 조주의 무자(無字)화두 참구와 공안 공부 두가지를 병행해야 함에도 주로 무자 화두 참구가 중심이 되고 ‘벽암록’ ‘무문관’ 등을 통해 여타의 수많은 공안을 공부하는 것은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본스님은 또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등의 의미를 잘못 이해한 선사들이 공안집을 제대로 후학들에게 가르치지도 못하고 학인들이 경전이나 어록 등을 읽고 보는 것조차도 못하게 해 불법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형조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절을 찾을 때 스님들이 초등학생이든 대학생이든 회사원이든 장사꾼이든 개의치 않고 다만 화두를 붙들고 ‘강의’할 때가 제일 곤혹스럽다”며 “화두는 최상의 예외적 근기(根基)를 지닌 이에게만 유효한 처방이지 보통의 학인(學人)이나 말법의 중생들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실상사 주지 도법스님은 “현실적으로 납자(衲子)의 최고 신념체계인 간화선을 주제로 한 토론회 발제자중 납자는 한분도 없다”고 꼬집은 뒤 “뒷방에서 ‘간화선만이 참 수행’ ‘선방수좌가 최고’라고만 주장할게 아니라 공개된 대중앞에 나서 대중을 이해시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 명진스님은 “선은 존재의 실상에 대한 물음이라는 점에서 동서양 철학사의 근본적인 주제와 똑같은 것인데 그 앞에 간화라는 말을 갖다붙이고 송나라때 생긴 것이니 하며 비판하는 것은 선수행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이들이나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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