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희망의 숲' 숲은 미래다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9시 04분


후손을 생각하지 않는 자에게 육림(育林)이란 헛된 구호다.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는 노래를 부르며 산림정책의 모델국가가 된 우리는 어느새 그 중요성을 잊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구촌으로 눈을 돌리면 문제가 간단치 않다.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서만 매년 발리섬만한 크기의 숲이 남벌과 방화로 사라진다. 코스타리카의 경우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에 쇠고기를 공급하는 기지로 나라가 탈바꿈하면서 국토의 4분의 3을 차지하던 숲이 3분의 1로 줄어 들었다. 토양유실과 기상이변은 필연적인 결과다.

스위스에서 산림관(山林官)으로 재직중인 저자는 세계 14개국을 방문해 숲을 누비고 관청 서류를 열람, 숲의 파괴와 회복에 대한 개괄적 보고서로 책을 내놓았다. 그의 이력을 대변하듯, 책은 숲의 ‘보호’와 ‘이용’에 동등한 초점을 맞춘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숲은 토착민과 대자본, 농촌과 도시의 이해가 충돌하는 ‘고요하지 않은 장소’였다는 것. 양쪽의 이해를 조정하면서 고갈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저자의 의도로 읽혀진다. 환경보호론자들에게서 흔히 엿보이는 ‘처녀림의 동경’은 없다. 인간의 개입으로 오히려 가장 적절한 범위의 생물다양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후에 따라 식생이 다양한 만큼, 숲의 회복과 유지를 위한 처방에도 ‘정답’은 없다. 다양한 성공 및 실패 사례들이 방향을 예시할 뿐이다. 인도에서는 산림이용운동 ‘칩코’가 1970년대 광범위한 성공을 거두었다. 대자본의 무차별 벌목을 막고 지역민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결과 자발적 조림사업이 활발해졌고 소득향상으로 연결됐다.

고비사막 지대의 황사바람을 막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인구대국답다. 195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방풍림이 조성됐으며, 1981년 부터는 매년 11세 이상의 모든 중국인이 의무적으로 나무 한그루 이상을 심어야 했다. 10년 동안 100억그루 이상을 심었고 이 중 75%가 살아남았으며 그 넓이는 이탈리아 전체 면적을 능가했다.

정부주도형 성공을 거둔 중국과 달리 미국은 시민운동으로 효과를 거두었다. 로스앤젤레스 시내와 근교에 나무 100만그루를 심자는 ‘트리 피플’운동은 TV로 새 나무 숫자가 카운트되면서 극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지구 전체의 산림 치유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은 없을까. 저자는 일정한 범위의 산업화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3세계의 빈곤인구가 줄면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남벌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대자본에 의한 조직적 자연파괴를 막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구상의 모든 이들이 스스로 천연자원에 대한 이용권을 가지며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그러나 전지구가 자본의 논리로 통일되고 있는 과정에 시민들의 연대만으로 이를 실천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희망의 숲'/ 크리스티안 퀴헬리 지음/ 탁광일 옮김/ 이채/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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