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는 살아있다]'동글동글 땡땡이 강아지' 스팟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8시 59분


저는 스팟이에요. ‘점박이’라는 뜻이죠. 옆구리에 앙증맞은 땡땡이 무늬가 있는 동골동골한 강아지가 바로 저예요. 태어난 지는 ‘20년 밖에 안 됐지만’ 100여개 나라에서 25억권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가 좋답니다. 그 인기 비결 중의 하나는 바로 책 안에 있는 ‘날개’예요. 제 모습이나 다른 동물 친구의 모습을 살짝 가려 놓고 있는 뚜껑이죠. 지금이야 아주 흔한 장치지만, 처음에 제가 태어났을 때는 다들 아주 놀라고 신기해했답니다.

저는 한 돌 전후 아기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친구예요. 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아기들이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열심히 날개를 들어올려 뭔가를 발견해내고는 깨득깨득 소리지르며 웃곤 한답니다. 아기도 행복하고 그걸 보며 그 웃음소리를 듣는 어른들도 행복하겠지만, 저도 못지않게 행복해요.

그래 봤자 날개 들추면 나오는 게 그림책에서 항상 보는 똑같은 동물인데 뭐가 그렇게 재미있겠느냐구요? 모르시는 말씀! 아기들에게 그건 어른들이 신대륙을 발견한 것만큼이나 굉장한 장면이라구요. 하나도 새로울 것 없는 소파 밑, 하나도 신기할 것 없는 옷장 속처럼 매일 보는 배경에서, 내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사자가 튀어나오고 고릴라가 튀어나오는 게 어떻게 신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그건 정말 마술 같은 일이에요. 주위의 평범한 세계가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는 즐거운 환상의 세계로 바뀌는 순간이죠.

아기들에게는 그렇게 조그만 변화도 놀라운 마술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답니다. 그래서 아마 아기들 자신이 한 번의 웃음, 한 마디의 옹알이로 세상을 밝히는 마술을 발휘할 수 있는 모양이에요. 저는 제 이야기가 아기들에게 그 마술의 힘을 보태줄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어요. 정말이에요.

어린 아들이 편지 봉투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제 이야기를 만들어낸 에릭 힐 아저씨도, 아기처럼 일상을 마술로 바꾸는 능력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제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 집, 친구 집, 농장, 유치원, 공원, 시장, 바닷가 같은 가까운 주변이 무대가 된답니다. 그런 곳에서 저는 아주 평범한 말을 하고 평범한 놀이를 하지만, 그러면서 아기들이 세상과 친해지도록 만들고 있어요. 조금만 자세히, 그리고 달리 보면 세상에는 마술 같은 행복이 숨어 있다는 것을 가르치면서 말이에요. 그러니 에릭 힐 아저씨의 말대로 제가 ‘로켓을 타고 우주를 여행’할 필요는 없지요. 아기들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멋진 세상을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까요.

김서정(동화작가·공주영상정보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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