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백일사진서 장례식까지 '페트 비즈니스' 뜬다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35분


코멘트
대학원생 임현아씨(23·한국외국어대 교육대학원)는 휴대전화에 자신이 기르는 개 스티커 사진을 붙여놓고 다닌다. 지난달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바우바우 스튜디오’(02―3446―1910)에서 찍은 것이다.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만 상대하는 이곳은 동물의 백일과 돌사진은 물론 결혼사진까지 찍어준다.

‘페트 비즈니스(Pet Business·애완동물 사업)’가 뜨고 있다. 지금까지는 서울 충무로 일대를 중심으로 미용실과 동물병원을 겸한 애견센터 정도가 고작이었으나 최근 들어 각종 선진국형 사업모델들이 속속 선보인다.

페트 비즈니스 종사자들은 고객을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로 본다. 반려자 못지 않은 동물, 이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 마케팅의 초점이다.

“일반 사진관과 뭐가 다르랴 하는 분도 많아요. 하지만 동물의 털이 섬세하게 드러나도록 조명작업을 해야 하고, 사진사의 신호에 맞춰 포즈를 취할 수 있도록 미리 두세 시간쯤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전문가 아니면 못하지요.”

‘바우바우 스튜디오’ 김현성 대표(43)의 설명이다.

‘페트나라 천국’(02―676―8366) ‘아롱이 천국’(02―3463―7243) 등 애완동물 전용 장례 대행 서비스회사도 성황이다. 온라인상에서 묘비나 추도문 정도를 세우던 사이버묘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람과 똑같은 장례 절차를 밟는다. 기도문을 외워주고 특수제작한 수의를 입힌 후 염을 끝내면 영구차가 와 화장터로 실어간다. 유골은 도자기에 담아 다시 가족에게 돌아간다.

얼마 전 기르던 개의 장례를 치렀다는 안제응씨(27·육군중위)는 “장례식장 분위기도 웬만한 초상집처럼 경건하고 엄숙하게 진행된다”고 전했다.

LG화재에서는 지난달부터 ‘애견사랑보험’을 내놓고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 현대해상 동양화재 등에서도 비슷한 상품이 마련돼 있다. 개를 구입한 지 한달 안에 개가 상해를 입을 경우를 대비해 최고 1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어 웬만한 사람 뺨치는 대접을 받는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애완동물 엔터테인먼트 포털 ‘dog114.com’이 1일 문을 열어 개 관련 미용사업 쇼핑몰 건강상품 경매는 물론 모델프로덕션을 통해 애완견 모델을 모집하고 있다. 3월 애완동물용품 판매점을 연 인터넷 현대백화점(www.e―hyundai.com)은 한달 평균 1500만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이같은 ‘페트 비즈니스’의 성장은 애완동물이 여유 있는 계층의 액세서리 정도로 분류되던 데서 이젠 핵가족시대에 가족구성원 역할까지 하는 ‘반려동물’ 개념으로 바뀌는 세태를 보여준다.

서울대 수의학과 윤화영 교수는 “페트 비즈니스는 아동, 나아가 패밀리 비즈니스이면서 독신자 비즈니스이기도 하다”며 “사람과 함께 목욕하는 호텔까지 들어선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국내에도 애완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2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할 때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