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 노원마을 숲 가꾸기' 주민들에 호응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37분


“벌레가 나뭇잎을 갉아먹는 것은 해충약을 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닌가요?”

“무엇보다 아파트를 지을 때 연못을 만들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연못이 있어야 벌레를 잡아먹는 새들이 살 수 있죠.”

최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4단지에서는 주부와 아이들 40여명이 모여들어 진지하게 ‘나무강의’를 듣고 있었다.

현장 강사는 주공 10단지에 살고 있는 김재현 교수(건국대 산림자연학과). ‘숲 해설가 협회’의 회원들도 자리를 함께 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곁들였다. 이 협회는 수목원 등에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한 나무 전문가들로 구성된 모임.

아들 박정민군(8)과 함께 나온 주부 조정옥씨(36)는 “단풍나무도 중국단풍 등 종류가 많더라고요. 꽃사과나무 느티나무 등 말로만 듣던 나무들을 알게 되니 너무 재미있어요”라며 ‘신선한 충격’을 전했다. 다른 주부들에게도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아파트 단지내 나무들이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도시인들에게 녹지공간은 더할나위없는 삶의 활력소. 더욱이 아파트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곳에서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4월경 김교수와 ‘숲 해설가 협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노원마을 숲가꾸기 시민모임’은 이같은 인식에서 출발했다.

5월21일 상계동 주공12단지를 시작으로 매달 한 차례씩 나무에 대한 특징 등을 설명하는 ‘현장강의’가 열렸고, ‘나무이름표 달아주기 행사’도 마련됐다. 주민들의 호응은 기대이상이었고 강의장소도 아파트 이외에 가까운 근린공원으로 확대됐다.

특히 나무이름표 달아주기 행사는 주민들이 나무들과 가까워지는 ‘가교(架橋)’역할을 톡톡히 했다. 마음에 드는 나무에 자신의 가족이름을 새긴 표를 걸어 나무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 ‘숲 해설가 협회’의 임채란씨(48)는 “아이들이 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무가 너무 예쁘다며 서로 이름표를 달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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