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관아를 알면 조선왕조가 보인다'

  • 입력 2000년 8월 4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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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 이야기'/안길정 지음/사계절/전2권 314,362쪽 각권 1만원.▼

‘관아(官衙)는 신분질서를 통해 조선시대를 들여다보는 창(窓)이다. 관아의 각 시설을 눈여겨보면 조선왕조의 통치체계를 이해할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관아 이야기’는 단순히 조선조 행정기관의 역할을 풀이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다. 동헌 객사 향청 등 관아의 시설들은 아전 노비 기생 등 조선사회를 구성하는 각 신분의 생활사로 연결되며 개개의 계층적 사회질서를 설명하는 ‘아이콘’ 역할을 한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차례차례 눈을 옮기다보면, 중앙집권제를 통해 지역마다 동일한 통치조직을 구성했던 조선시대의 생활사와 사회구조를 더욱 넓은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예를 들어 향청은 ‘양반’을 이해할 수 있는 키포인트가 된다. 원래 양반들이 자치적으로 결성한 대의기구가 향청. 그러나 중앙정부는 향청이 고을에서 차지하는 지위에 주목하고 이를 통치에 끌어들여 징세기구로 변화시켰고, 양반은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실권을 행사하게 됐다는 것.

성황당도 단순한 신앙의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성황제를 주관하는 권한은 원래 지역 토호들에게 있었으나 조선왕조는 토호의 지역장악을 배제하기 위해 제사를 수령의 통제하에 두고 성황당을 관아시설로 변화시켰다. 마찬가지로 ‘교방’은 기생, ‘관노청’은 노비, ‘헐소’와 ‘형옥’은 양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조선왕조의 몰락도 이런 사회계층사적 맥락에서 설명된다. 양반의 본질은 면역(免役) 면세(免稅) 그리고 사회적 기생(寄生)이었다. 양반이 늘고 각종 역(役)과 세금이 견디지 못할 만큼 커지자 인구의 다수를 이루는 세금 납부계층이 붕괴하고 재정은 파탄났다. 결국 기생적 계급의 중압이 조선왕국의 사회적 붕괴를 가져왔다는 것.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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