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주류 특집]선조들은 어떤 음료로 더위 쫓았을까

  • 입력 2000년 7월 14일 21시 21분


옛사람들은 어떤 음료를 마시며 무더운 여름을 났을까.

오미자 등 한약재를 이용한 찬음료나 이열치열(以熱治熱)을 위한 쌍화차, 유자차 등 뜨거운 음료 등이 주로 소개돼 있다. 하지만 양반가에서는 차갑게 식힌 냉차(冷茶)를 마시며 풍류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차는 우려내는 물의 온도에 따라 용출되는 성분에 차이가 난다. 물의 온도가 낮으면 떫은 맛을 내는 카테닌의 함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의 함량이 늘어난다. 찬 물에 우려내 마실 경우 훨씬 맛있는 녹차를 마실 수 있다는 것.

태평양 등 녹차업체들은 여름을 맞아 찬물에 우려내 마실 수 있는 녹차제품을 내놓고 있다. 태평양의 ‘찬물에 흔들어 마시는 설록차’는 티백 형태로 만들어져 티백 1포를 2ℓ의 물에 넣어 우려내 마실 수 있다. 떫은 맛이 적어 녹차를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들에게 녹차의 깊은 맛에 익숙해질 기회를 줄 수 있다고. 1개에 12개의 티백이 들어있으며 가격은 6000원.

‘찬물에 흔들어 마시는 설록차’는 특수제작된 증기통에 찻잎을 넣고 찌는 시간을 길게 해 찬물에 쉽게 우러나도록 한 ‘심증제법’으로 만들어진 차. 선조들이 즐겨 마시던 ‘말차’(옥로분말차)도 소량 함유돼 맛과 색깔을 더욱 부드럽고 투명하게 했다고.

여름음료로 녹차의 유용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도 여럿 나와있다. 일본 쇼와(昭和)대학 세균학과 시마무라 교수팀은 1㎖의 녹차에 식중독을 유발하는 O―157균 1만개를 넣고 변화를 관찰한 결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O―157균이 점차 줄어들다 5시간 후에는 완전히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세균성 식중독의 40%를 차지하는 장염 비브리오균의 번식도 저지하는 효과도 있었다.

많은 물을 마시게 되는 여름철 물에 함유된 유해성분을 제거하는데도 녹차는 탁월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양대 환경과학대학원에서 녹차가 납 구리 카드뮴 등 중금속을 흡착하는 정도를 실험해본 결과 각각 84% 79% 65%의 흡착률을 보여 물을 마실 때 녹차를 우려내 마시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밖에도 우려내고 난 녹차찌꺼기를 벌레 물린데 붙이거나 물지르면 해독효과가 있다. 녹차의 카테닌 성분은 피부자극을 진정시키고 보습 및 살균을 해주는 기능을 가진데다 레몬보다 5∼8배나 많은 비타민 C가 들어있어 녹차물로 피부를 씻어내면 기미,주근깨제거 및 피부 미백효과 등도 기대할 수 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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