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北 가톨릭 인정해야 교황 방문"

  • 입력 2000년 6월 18일 19시 35분


로마 가톨릭교회 교황청은 17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평양 방문을 희망하는 남북한의 초청장을 받았다고 확인하고 대신 교황 방문을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교황청은 남북한의 초청장이 한국의 배양일(裵洋一)교황청 주재 대사에 의해 장 루이 토랑 교황청 외무담당관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마 교황청 선교 매체인 피데스통신의 책임자 베르나르도 체르벨레라 신부는 “교황의 북한 방문은 북한의 종교적인 제약을 완화할 전제 조건들이 충족돼야만 성사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체르벨레라 신부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려면 북한 당국이 평양 교구도 책임지고 있는 정진석(鄭鎭奭)서울대교구장을 먼저 초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 방북을 위한 전제조건에는 북한이 가톨릭교회를 인정하고 가톨릭교회 신부를 다시 받아들이는 것 등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피데스통신은 북한의 천주교 실태와 관련, “북한천주교협회에는 4000여명이 신자로 등록돼 있고 성당이 한 곳 있다”며 “그러나 북한천주교협회는 중국보다 더 심하게 북한 정부에 예속돼 있으며 북한 내의 자생적 가톨릭 공동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고 보도했다.

교황청 관계자는 “1996년 북한에 큰 홍수가 발생했을 때 이재민을 돕기 위해 교황청 사절이 처음 파견된 이후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두 차례 더 교황청 사절이 북한을 방문했다”며 “평양에 이탈리아대사관이 설립되면 교황청과 북한의 접촉이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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