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미스터]라이프스타일 코디네이터의 '프로주부' 제안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당신과 나는 ‘가사예술가’. 가사를 예술로 바꾸는 사람이다. 작은 세계를 크게 만드는 사람, 앞날을 여는 사람, 아니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라고 해두자.

당신, 주부. 톡쏘는 사이다같은 주부인가, 맹물같은 주부인가? 살림이 빛이 나지도, 삶의 기쁨이 우러나지도 않는 세상에서 주부나 가족이나 행복을 가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바로 일상에서 새로움과 열정을 찾아 나 자신과 가족의 기쁨을 만드는 사람이 우리들 주부, ‘라이프 스타일 코디네이터’다.

6월. 반짝반짝 빛나는 6월을 집안팎에 들여놔보자.

▽옷장을 뒤집자〓날은 더운데 입을 옷이 없다고? 옷장을 활짝 열고 옷정리를 해보자. 충동구매도 줄이고 옷차림도 다양해진다. 어머, 이런 옷도 있었네. 옷장 속에서 지난날의 기억을 발견하는 기쁨도 있다.

유행에 맞춰 헌옷을 고쳐준다면 더욱 좋다. 요즘엔 복고풍이 유행이니 헌바지를 잘라내 요즘 유행하는 7분 바지를 만들어도 좋고. 또 옷깃이나 옷단에 요즘 유행하는 비즈나 자수를 장식하는 것만으로 전혀 색다르게 입어낼 수 있다. 헌구두엔 구두염색용 스프레이를 뿌려준다. 익숙한 구두처럼 편안한 것이 어디 있든가.

▽야채로 기분까지 산뜻하게〓제철에 나온 먹을 거리는 당신을 예술가로 만들어주는 재료. TV드라마 ‘허준’덕에 한껏 주가가 높아진 매실로 매실주와 매실장아찌를 담가보자. “매실이 임자를 건강하고 활력있게 만들어줄 것이오”하면서. 오이로 오이지나 오이피클을 담그고 마늘쫑으론 고추장 장아찌를 만든다. 이렇게 저장식과 밑반찬을 만들어 두면 식비도 줄이고 요리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꺼내먹을 때 자신에 대한 대견스러움이 느껴지는 건 덤이다.

수박의 빨간 속이 듬성듬성 묻어 있는 흰부분으로 수박잼을 만들어 놓았다가 크래커 위에 치즈와 함께 올려놓아 카나페를 만들어도 근사하다.

저장식은 아니지만 요즘 별식 또하나. 허브잎과 대추로 연출한 허브찹쌀부꾸미는 동서양이 만난 퓨전요리다.

▽집안을 푸르게〓계절에 어울리는 집안꾸밈은 기분까지 바꿔준다. 안쓰는 이불호청을 드르륵 재봉틀로 박아 방석이나 쿠션을 만든다. 편하게 기대앉아 차를 마시면 청담동 카페가 부럽지 않다.

페인트로 집안의 주조색을 청색으로 바꿔보자. 주워온 항아리로 베란다에 시골풍경을 연출해도 좋다. 빈병이나 주전자를 이용해 집안 구석구석에 표정을 준다. 내손으로 꾸민 개성있는 우리집. 자연히 애착이 더 갈수 밖에.

▽가사예술가의 정신〓해도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이 지루한가. 자주하고 반복되는 일을 할 때는 추억을 떠올리고 도전의식을 가져본다. 음식을 만들 땐 어린시절 엄마의 손맛을 추억하거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겠다고 결심하면 의욕도 생기고 요리방법도 다양해진다. 청소나 빨래도 마찬가지.

정보화 정보화하는데 살림을 정보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만의 살림비법을 기록해두면 소중한 정보가 된다. 살림이 정보도 돈도 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더 중요한 것 한가지. 주부에게도 휴식과 재충전은 필요하다. 시간을 내어 한달에 한번정도는 나에게 감동을 준 사람, 감동을 줄 어떤 것(영화 연극 책 등)을 만나야 한다. 여행이나 봉사활동도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다. 오늘 당장 계획을 세우고 나서자. 가사예술가로서의 새출발을 위해.

조혜선(주부·‘푸르게 사는 모임’ 회장)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 조혜선씨▼

고도로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주부의 일, 혹은 가사(家事)는 어떻게 될 것인가. 베스트셀러 ‘메가트렌드’의 저자인 미래학자 존 내스비트는 새 저서 ‘하이테크 하이터치’에서 “하이테크에 찌든 삶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선 하이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하이테크와 하이터치’를 적절히 배합해 성공한 사업으로 꼽는 것은 미국 제일의 살림꾼 마사 스튜어트(58·www.mathastewart.com)의 ‘마사 스튜어트 리빙옴니 미디어’다. 스튜어트는 하이테크에 찌드는 대신 이를 적절히 활용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을 널리 알려 미국 주부들의 우상이 됐다.

스튜어트의 ‘리빙옴니 미디어’는 고정 TV프로, 생활잡지 ‘마사 스튜어트 리빙’, 신문과 라디오의 ‘마사에게 물어봐’코너, 웹사이트(www.mathastewart.com), 우편주문서비스, 침구 페인트 정원용품을 공급하는 ‘마사 스튜어트’브랜드, 요리책 등 20여건의 저서 등으로 이뤄져 있다. 1982년 쓴 책 ‘엔터테이닝’은 60만부 이상 팔리며 요리 정원가꾸기 손님접대 안내서의 효시가 됐다. 그 후 스튜어트는 미국인의 생활방식을 연출해주는 가사전문가 혹은 라이프스타일 코디네이터로 자리잡았다.

주부 조혜선씨(46·서울 강동구 명일동)는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 길에서 주운 폐품들로 온 집안을 장식하는 등 재활용에 관심이 많아 ‘재활용의 마술사’라고도 불린다.

1997년 먹다 남은 음식을 알뜰하게 되살리는 요리법을 모은 책 ‘조혜선의 푸른요리’를 펴내 관심을 끌었다. 이웃주부들과 ‘푸르게 사는 모임’이라는 환경모임을 10년째 이끌어올만큼 사회참여에도 적극적이다. 사이버주부대학(www.cyberjubu.com)에 살림정보에 관한 글을 올리는 자칭 ‘가사예술가’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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