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탐방]김영우씨 가족 "매주 문화유산 답사"

  • 입력 2000년 6월 6일 20시 10분


“아흔아홉칸짜리 집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큰 줄 알았는데요. 방이 진짜 99개인건 아니었어요.”

3년전부터 매주 일요일이면 온가족이 문화유산 답사를 하는 김건오군(13·신봉초등6년)은 ‘꼬마 역사학자’가 다됐다. 아흔아홉칸짜리 집은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민속사료 129호 여경구 가옥에서 본 것.

아빠 김영우씨(41·서울 관악구 봉천동) 덕분이다. 인쇄업을 하는 그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무언가 아이들에게 더 의미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문화유산 답사를 떠올렸다. 원래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 돼야 큰 일을 할 수있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던 터였다.

엄마 이임숙씨(43)도 “주말에 집에 있어봤자 공기만 나쁘고 애들끼리 싸우기만 한다”며 흔쾌히 동의했다. 답사를 하는 날이면 맛있는 도시락으로 아이들을 기쁘게 하기도 했다.

김씨 가족은 1997년 겨울부터 세종대왕 묘인 영릉 등 대표적인 왕릉은 물론 최영장군 묘 김삿갓 묘를 위시한 역사 속 인물의 유적지 사적지를 200여곳 넘게 찾았다. 9인승 밴에 아이들을 싣고 운전기사 역할을 해온 김씨는 또 ‘하는 김에 확실히 하자’는 사명감으로 8절지 도화지에 아이들 사진과 백과사전에서 찾은 관련 자료를 빼곡이 적어넣었다. 벌써 스크랩북 4권 분량.

“밥먹고 사진찍는 재미죠. 아빠 덕분에 사회숙제는 확실히 해갈 수 있어서 좋아요.”

딸 깃비양(11·신봉초등4)의 말.

그런데 문제는 ‘10대 역사학자’ 건오군이다. 이젠 좀 컸다고 “아무리 그래도 컴퓨터 오락의 재미를 따라갈 순 없죠”하고 제법 힘주어 말한다.

김씨도 이젠 아이들을 부모 뜻대로만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어느정도 역사에 대한 눈을 틔워준데 만족하고 언젠가는 그 역사가 아이들을 ‘부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가족이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가족과 함께 한 역사탐방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이지요.”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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