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장애…탈선…왜?]정신분석학적 진단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43분


명문대생이 부모를 끔찍이 살해하는가 하면 '깨끗한 정치'를 부르짖던 정치인이 5·18 전날 광주에서 술판을 벌이고…. 교수는 제자를, 의사는 환자의 몸을 넘봤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신세대의 일탈과 구세대의 탈선은 전혀 다르다고 보고 있다.

신세대의 경우에는 대부분 인격장애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본다. 인격장애는 사회나 각종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는 것. 자신에 대해 괴로워하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신경증'과도 다르다. 이에 반해 40대 이상이 '사고'를 낼 때는 정신적 문제가 아닌 가치관과 생각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신세대의 인격장애는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어른의 탈선보다 더 위험하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유형에 따라 상담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미국에선 1980년대,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부터 자기밖에 모르는 '자기애적 인격장애', 정서 생각 등이 들쭉날쭉한 '경계선 인격장애' 환자가 급증했다.

서울대의대 정신과 류인균교수는 우리나라 신세대 중엔 인격장애자가 특히 많다고 진단했다. 이유는 △사회의 기존 가치관이 무너진데다 새 가치관이 확립되지 못했고 △어릴적에 부모들이 오냐오냐 키웠고 △인스턴트문화와 쾌락추구 경향에 물들어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반해 40대 이후는 정신적으로는 비교적 건강한 세대이지만 주위의 환경과 잘못된 가치관이 탈선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

▼신세대의 인격장애▼

▽부모를 해친 명문대생〓 '경계선 인격장애'와 '자기애적 인격장애'가 합쳐졌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문제를 확대해석하고 평소 정상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신경증이라기 보다 인격장애라고 진단해야 한다. 인격장애도 억압된 상태에서 외부 자극에 쉽게 폭발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지료받아야 한다.

▽옷도둑으로 몰려 자살한 남매〓 '히스테리성 인격장애'와 '경계선 인격장애' '자기애적 인격장애'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청소년과 여성들은 외부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특히 민감하다. 그러나 충동적으로 자살까지 택한 것에 비추어 볼 때 인격장애일뿐만 아니라 더 심한 정신적 장애인 신경증의 소지마저 보인다.

▼구세대의 탈선▼

▽386정치인〓사회가 영웅을 바라고 있지만 사실 영웅은 없다. 이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영웅이 되었지만 보통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구스타프 융의 '그림자 이론'으로 설명하면 이들이 기성 정치인을 비난하는 것은 이른바 자아가 무의식적으로 열등한 부분을 억누르는 한편 이를 타인에게 전가하는 '그림자 투사'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필요 이상으로 증오하고 욕하는 보통사람들 역시 '그림자 투사'일 가능성이 높은 것.

▽제자나 미성년자를 능욕한 교수〓장원 전 총선연대 대변인(D대학교수)은 '반사회성 인격장애'와 '자기애적 인격장애'일 수도 있지만 평소 사회생활을 능수능란하게 했다는 점에서 성격 경향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자나 환자를 성폭행한 사람은 평소 비슷한 문제로 비난을 받았거나 문제가 생겼는데도 계속 그랬다면 치료가 필요한 인격장애나 신경증. 그러나 무리없는 생활을 했다면 정신이 아니라 '생각'에 문제가 있는 것.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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