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베이션 클리닉]빈방을 거실로…실버생활 편안하게

  • 입력 2000년 5월 24일 22시 24분


“장모와 장인의 집은 언제나 사람 사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마을의 사랑방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장인 장모는 하루하루 연로해져 예전처럼 이웃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고, 자식들도 모두 분가해 비어 있는 방들이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언젠가는 노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쌀수 있는 편한 집으로 고쳐드리겠다 마음 먹지만 어찌해야 좋을지 망설여지고…”

이소담씨(37·회사원)가 인터넷 리노베이션(개보수) 전문업체인 ‘리노플러스닷컴’에 보내온 이메일 내용이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있는 이씨의 처가집은 30년이 넘었지만 개조하면 30년은 더 살 수 있다는 것이 ‘리노플러스닷컴’ 컨설턴트의 판단이었다.

2층으로 된 단독주택으로 아래층은 세를 놓고, 2층에 주인 부부가 거주하는데 2층만 30여평에 방이 네 개나 있었다. 규모에 비해 방은 많지만, 거실과 욕실 주방이 무척 좁아 노인 부부가 단촐하게 살기에는 좋지 않은 구조였다. 30년 이상 된 집이니 만큼 여러 번 고친 흔적은 있었으나 일정한 체계 없이 그때 그때 고친 것이어서, 통일감을 주면서 노부부가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 개조안의 주된 방향이었다.

▽거실과 사랑방〓사랑방과 거실 사이 미닫이 문과 장식장을 치워 사랑방과 거실을 연결해주었다. 천장이 너무 높아 단열에 불리하므로 천장에 나무를 덧대고 그 위에 벽지보다 약간 밝은 톤의 천장지를 발라주었다. 방과 거실에 마루 느낌이 나는 장판을 깔고 벽에는 좌식생활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세로줄 무늬의 벽지를 발라주었다. 가구들도 좌식생활에 맞게 낮은 장으로 정리했다.

반면 인접한 다른 방은 확실하게 거실과 구분하기 위해 반개방 형태의 경계벽을 두 개 세워 방과 방 사이를 오가는 통로 겸 다른 방의 가리개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 집의 가장 인상적인 장식은 거실에 걸려 있던 가족들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들은 기념물로서의 가치가 있으니만큼 경계벽에 몇 개의 액자와 함께 배치해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는 길에 언제나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주방〓부엌은 두 개인데 한 개는 안방과 멀리 떨어진 재래부엌 형태였고, 또 하나는 안방 옆 간이주방이었다. 안방 옆 간이주방은 냉장고와 싱크대가 ‘ㄱ’자로 있던 것을 ‘1’자로 배치하고 벽면에 수납장을 설치해 잡동사니들을 정리해주었다. 또 간이주방 벽면의 창문을 크게 해 밝은 주방이 되도록 했다.

사랑방 옆의 주방은 시멘트만으로 이루어진 바닥에 타일을 깔아 깔끔하게 해주고 선반에 놓여 있던 것을 가구로 정리해주었다.

▽욕실〓노부부가 잠시 걸터앉을 수 있도록 욕조와 연결되는 벽면에 높이 42㎝, 폭 42㎝의 턱을 만들어 점토성 타일로 마감했다.

거실과 방에 480만원, 주방에 280만원, 욕실과 화장실 220만원 등 모두 1175만원이 들 것으로 추정됐다. 개조 기간은 다소 넉넉히 잡아 현장조사 및 설계에 1주일, 공사기간 1주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공사기간 동안 주인 부부는 자신들의 집에 와 계시라는 자식들의 권유에도 불고하고 거처를 옮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실별로 단계적으로 고치는 것은 불편만 장기화되는 것이기에 바람직스럽지 않았다. 따라서 생활의 불편함을 최소화해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공사범위에 들지 않는 방에서부터 현관까지 임시칸막이를 설치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방법이 권장됐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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