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4월 '婚三災' 소문에 관련업계 '울상'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용띠해 음력 4월은 혼삼재(婚三災)가 낀 달’이라는 소문 때문에 결혼 성수기인 5월에 결혼하는 신혼부부가 크게 줄어들어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혼삼재란 꺼리는 띠끼리 만났을 때 △부부가 생이별하거나 사별하고 △집안 재산에 패수(敗數)가 생기며 △병액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는 역술에서 말하는 3가지 악재.

역술인 안종선씨는 “올해는 원숭이, 쥐, 용띠에 낀 삼재가 나가는 해로 용이 제일 싫어하는 ‘뱀’달인 음력 4월(양력 5월4일∼6월1일)은 결혼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역술인들 사이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띠에는 해도 없고 득도 없지만 원숭이, 쥐, 용띠와 이들의 상극인 돼지, 토끼, 양띠가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제주도 호텔업계의 경우 최근 신혼 여행객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데다 ‘혼삼재’라는 악재가 겹쳐 울상이다.

지난해 5월 한 달동안 신혼부부에게 3834개의 룸을 판매했던 제주신라호텔은 같은 기간인 5월 현재 2000여개 룸만을 신혼부부가 예약, 48%가량 예약률이 줄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전통적인 성수기에 ‘폭탄’을 맞은 격”이라며 “줄어든 국내 신혼부부 예약을 대신하기 위해 일본 관광객을 유치하고 중장년층을 겨냥한 효도패키지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인 선우이벤트의 경우에도 올해 들어 1월 29쌍, 2월 20쌍, 3월 31쌍, 4월 49쌍으로 계속 늘고 있던 회원중 결혼 커플의 수가 5월 한달 31쌍으로 갑자기 줄어들었다. 지난해 1월 13쌍, 2월 9쌍, 3월 20쌍, 4월 24쌍, 5월 37쌍으로 다른 달에 비해 결혼 커플의 수가 크게 늘어나는 5월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상 현상’이라는 것.

선우이벤트의 이웅진대표는 “음력 4월에 혼삼재가 끼었다는 소문이 퍼져 결혼식을 앞당기거나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5월 날씨가 더워지면서 결혼 시즌이 앞당겨져 벌어진 현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전국혼인예식업연합회 김선진 사무국장은 “결혼식 성수기가 3, 4월로 앞당겨지고 5월부터 결혼 비수기에 일찍 접어들어 예식이 줄어들었을 뿐”이라며 “젊고 합리적인 세대들에게 ‘혼삼재’같은 미신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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