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은진미륵은 선과 비례의 표현이 능숙한 고려미술 걸작"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9분


충남 논산 관촉사에 있는 고려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 218호·일명 은진미륵). 높이가 18.2m에 달하는 초대형 석조불상이다.

현장에 있는 안내판이나 문화재청 관련 자료에 써있는 설명은 이렇다.

‘체구에 비해 어색하게 큰 얼굴은 토속적 느낌을 주고 법의(法衣)에 표현된 음각선 옷주름은 간략화되었다. 신체의 조형성이 감소되어 전체적으로 방형(方形·사각형)의 기둥형태를 이루고 있고 대형화된 신체에 비해 조각수법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토속적 성격이 강한 지방적 미의식을 보여준다’.

요악하면 ‘규모는 거대하지만 세련미가 없다’는 말이다. 이것이 그동안의 평가였다.

그러나 현대조각가인 최종태 서울대명예교수가 이에 대해 반론을 내놓았다. 미술 월간지 ‘아트’ 4월호에 발표한 글 ‘은진미륵을 다시 보다’.

최교수에 따르면 은진미륵은 비례와선의 표현이 능숙한 작품. “얼굴이나 손의 표현이 능숙하고 측면 비례가 경쾌하고 유려하다. 특히 손의 조각은 현대 조각 못지 않은 모던함을 보여준다. 귀머리 부분을 표현한 선각(線刻)은 대단히 세련되고 수려하다.” 최교수는 또 “머리에 얹은 관이 부자연스럽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창공을 날 듯 경쾌하다”고 찬사를 보낸다.

그러면 은진미륵을 폄하했던 이유는 무얼까.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재구 학예연구관(한국미술사)은 “석굴암과 같은 빼어난 불상들과 비교하다보니 상대적으로 폄하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은진미륵은 고려 지방(향토)미술의 산물이기에 중앙불교미술인 석굴암과 같은 기준으로 작품을 평가해선 곤란하다. 은진미륵이 향토미술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최교수는 이 글에서 고려시대의 대형 석불인 경기 파주 용미리 석불입상, 충남 부여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 등에 대해서도 재평가가 이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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