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 입력 2000년 4월 18일 15시 55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전재성 지음/선재 펴냄/208쪽 7500원▼

누더기 한 벌만 걸친 채 20여년동안 구도의 길을 걸어온 '거지 성자' 페터 노이야르라는 독일인 수행자가 있다.

그가 작년 11월 한국을 방문해 이 책을 지은 저자와 2주간 전국 여행을 다녔다. 그가 여행중에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와 저자와 나눈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이야기와 함께 여행중의 페터씨 행적은 다큐멘터리사진으로 담아 눈을 즐겁게 해준다.

그의 사상의 큰 줄거리는 무소유 수행과 생태주의이다.

"사람이 살면서 왜 그렇게 큰집이 필요한가?"

"사람들은 매일매일 화장을 하고 몸을 가꾸면서도 왜 영혼을 가꾸지 않고 욕망은 자르지 않는가?"

그는 현대 문명의 利器를 비판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야말로 깨달음의 길이며 대자유에 이르는 길이라고 설파한다.

그는 한국을 떠나면서 "한국은 두 개의 보물을 갖고 있다. 하나는 佛法이고 다른 하나는 숨쉴 수조차 없이 아름다운 자연"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서양의 수행자가 바라본 한국인 모습인 동시에, 깨달음의 본질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고 있다.

모름지기 이 책을 읽으면서 맑고 향기로운 수행자의 삶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俗塵에 오염된 마음의 거울을 닦을지어다.

페터 노이야르의 이 '산천卍行記'는 KBS 일요스페셜에서 '무소유의 삶, 거리의 수행자 페터 노이야르'라는 제목으로 방영됐다고 한다.

최영록<동아닷컴 기자>yr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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