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건물 벽속에서 日帝때 비밀금고 발견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4분


일제강점기에 경성부(京城府) 청사로 쓰였던 서울시청 청사 내에서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금고들이 발견돼 화제다.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본관 1층 현관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반지하층. 민원봉사실을 만들기 위해 공사를 하던 근로자들은 벽 속에 가로 세로 50㎝ 가량 되는 철문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철문 두께는 무려 30㎝나 됐다.

철문이 달린 벽 뒤쪽 8평 크기의 방 자체가 커다란 금고였던 것. 일제가 금고를 폐쇄할 당시 돈을 넣고 빼는 ‘창구’로 쓰였을 철문을 시멘트로 덧칠해 감춰버렸고 금고 직원들이 드나들었을 벽 한쪽의 작은 출입문도 없애버렸다.

시청측은 이 금고실의 벽을 없애 다른 방과 트려고 했지만 사방 벽의 두께가 60㎝나 될 정도로 두껍고 단단해 부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민원봉사실의 문서관리실 부속공간으로 꾸며 최근 공개했다.

서울시 이성(李星)시정개혁단장은 “일제 때 청사 1층에 금전출납대가 있었던 것으로 미뤄 일제가 돈과 중요 서류 등을 넣어두었던 금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시청 본관 4층에서도 비밀스러운 금고가 발견됐다. 직원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옥상 출입문 바로 옆 벽 속에 ‘OKURA-CONSTRUCTION.TOKYO.JAPAN’(오쿠라건설.도쿄.일본)이라고 영문으로 적힌 가로 80㎝ 세로 180㎝ 두께 20㎝의 철제 금고문이 있었던 것. 열어보니 0.5평 남짓한 금고 속에는 아무 물건도 없었다.

시 총무과 김성중(金成中)사무관은 “일제가 제례용 귀중품이나 간부들의 귀중품 등을 보관했던 장소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시청 2층에도 서류 보관용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두께 5㎝ 가량의 대형 철문이 달린 금고실이 발견돼 현재 시 회계과의 자료보관실로 사용되고 있다.

시청 본관 건물은 26년 건축돼 광복 때까지 경성부 청사로 쓰였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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