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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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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한국인이 이같은 이색적인 제안을 하고 나섰다. 13세기말∼14세기초 일본 불화인 ‘16나한도’(16폭)를 소장하고 있는 마정렬씨(38·목사·대전 가양동). 그는 최근 “이 16나한도를 일본에 돌려주는 대신 일본에 있는 한국의 소중한 문화재를 돌려 받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에게도 일본 문화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일제시대 일본인이 약탈해간 문화재를 되찾고 싶다는 것이 마씨의 희망.
마씨가 이 불화를 소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말. 원 소유자였던 부산의 사업가 송모씨가 98년 세상을 떠나자 송씨의 부인이 평소 송씨와 절친하게 지내던 마씨에게 모든 권리를 위임했다. 이 일본 불화는 광복 직후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그림은 일본 가마쿠라(鎌倉)시대의 불화로, 16폭 각각 가로 49㎝, 세로 119㎝. 비단에 금가루로 16나한을 그렸다. 나한도는 부처님의 16제자를 그린 불화.
작품은 일단 진품이다. 불화를 살펴본 불교미술사학자 정우택씨는 “진품이고 좋은 작품이다. 다만 일부가 변색되는 등 최상급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럼 과연 교환이 가능할까.
정씨는 “일본의 공공박물관이나 사찰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와 이 불화를 맞바꿀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설명한다. 다른 미술사학자 역시 “서로 수준이 맞는 작품을 골라야 하는데 그것인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일본에는 유물 교환의 풍토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씨는 공공 기관에 이 일을 맡기면 실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한 문화재청 관계자의 설명. “공공기관이 개인 소장 문화재의 양도 문제에 개입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곤란하다. 다만 방법을 찾는다면 소장자가 우선 조건없이 일본에 반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에 대한 일본인들의 선의를 기대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앞으로 중요한 점은 뜻을 같이 할 일본인이 나타나는 것이다. 마씨도 그런 사람을 찾아볼 것이다. 교환이 성사되어 우리 문화재가 돌아온다면 그 문화재를 박물관에 기증하고 싶다는 마씨. 만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지금의 불화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공개 전시토록 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