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핫라인/전지현]"이젠 연기력으로 승부할래요"

  • 입력 2000년 2월 16일 18시 22분


보는 이가 숨이 막힐 정도로 계속되는 테크노 댄스. 중간에 아무런 대사도 나오지 않은채 탤런트 전지현의 춤은 쉼없이 계속되고 어느 순간 음악과 함께 춤동작도 멈춘다. 가쁜 숨소리와 함께 얼굴 위로 흐르는 푸른 땀방울.(컬러프린터 광고)

붐비는 지하철역에서 워크맨을 통해 테크노 음악이 들려오자 갑자기 주변시선에는 아랑곳없이 미친 듯 춤을 추며 플랫폼을 누빈다. 음악이 멈추자 아무일 없었다는 듯 걸어가는 여자.(워크맨 CF)

청순한 이미지로 김규리 김소연 등 여고생 스타의 계보를 잇던 탤런트 전지현(19). TV드라마 ‘해피투게더’ 출연 이후 조용히 대입준비에 전념하던 그가 신세대의 아이콘으로 폭발적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말. 섹시하면서도 도발적인 춤으로 가득한 CF화면에서 사람들은 눈을 뗄 줄 몰랐다. “도대체 누구야?”

전지현 CF의 인기는 인터넷을 통해 광속처럼 번져나갔다. 인터넷에 전지현의 동영상과 사진 등을 실은 개인 홈페이지가 수백개 생겨났고 서울 용산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 컴퓨터매장의 테크스 화면은 온통 전지현의 테크노 댄스 동영상이 ‘점령’했다.

광고에서 전지현이 입었던 화이트와 블랙의 착 달라붙는 가죽의상은 최근 인터넷 경매를 통해 각각 510만원과 44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전지현의 ‘테크노 걸’ ‘캣츠 걸’ 등의 광고를 기획한 휘닉스커뮤니컴의 김준현대리는 “인터넷을 통해 무제한 복제되는 CF의 효과는 TV보다 막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어 돈으로 환산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 CF가 멀티미디어 시대의 ‘매체 통합 마케팅’(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의 전형적인 사례가 됐다고 설명한다.

자고 일어나니 ‘테크노 공주’로 떠오른 전지현. 그 인기에 힘입어 영화 ‘시월애’(이현승 감독)와 ‘화산고’(김태균 감독)에 거푸 캐스팅됐다. 지난달에는 동국대 연극영화과에도 합격했다. 요즘에는 ‘시월애’에 출연 중이다.

“실제 춤 실력은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전지현은 “테크노 클럽에 가본 일은 없고 집에서 음악이 나오면 맘껏 흔들어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서 광고 출연을 위해 서울 압구정동의 댄스학원 등지에서 2, 3주씩 전문 안무가로부터 춤을 배웠다고 소개.

전지현에게 ‘고양이 테크노 춤’을 안무하고 지도했던 MBC무용단의 김성일단장은 “전지현은 전문적으로 춤을 배우진 않았지만 타고난 감각과 끼가 어우러져 배운 것을 자기의 춤으로 소화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특히 1m73cm, 48kg, 긴 팔과 다리를 휘젓는 전지현의 신체조건은 무용수로도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 것. 전지현의 완벽한 몸매는 한때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냐’는 의혹이 쏠리기도 했을 정도.

역동적인 춤을 추는 장면을 찍고 싶다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전지현은 “더이상 광고모델 이미지로 남긴 싫다”며 대신 착하고 예쁘게 찍어달라고 ‘떼’를 썼다. 섹스어필하는 이미지도 자신의 한 모습이지만 그것만을 전부로 생각하는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어쨌든 저는 스타가 아니라 배우예요. 대학에서 연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어요. 영화 ‘화이트 발렌타인’에서의 연기는 제가 봐도 민망스럽거든요. 새로 찍는 두 영화에서는 한층 성숙한 연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전지현은 시공을 초월한 소녀의 순정을 그리는 멜로영화 ‘시월애’, 학교를 배경으로 한 무협만화 같은 영화 ‘화산고’에서 청순하고 발랄한 이미지로 다시 돌아간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한때나마 나의 성적 매력을 보여주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당분간은 피할 생각이에요. 사람들이 보고 싶어할 때 안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잖아요?”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