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윤동주 시인 55주기 日서도 추모물결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5분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와했다.”

서툰 한국말로 윤동주(尹東柱·1917∼1945)시인의 존영 앞에서 그의 ‘서시(序詩)’를 낭송하는 일본인 문학애호가의 목소리는 떨렸다.

13일 오전 11시반경 일본 후쿠오카(福岡)시 후쿠오카구치소 뒤편 모모치니시(百道西)공원에서는 순국 55주기를 맞은 윤동주시인 추도모임이 열렸다. 행사는 제국주의의 광풍에 희생된 청년 시인의 애틋한 사연과 그의 시에 매료된 일본인들이 5년전 만든 ‘윤동주의 시를 읽는 모임’이 주최했다. 기일은 16일이나 휴일을 택해 이날 모였다.

이 모임을 만든 니시오카 겐지(西岡健治·55·후쿠오카현립대 교수) 등 20여명의 회원들은 철조망이 드리워진 구치소의 높다란 담에 ‘윤동주 추도 55주년 기념식’이란 종이를 붙이고 모셔온 존영을 담에 기대 세운 다음 헌화했다. 이어 존영을 향해 ‘십자가’ ‘흰 그림자’ 등 각자 좋아하는 시를 한국어나 일본어로 낭송했다. 이 자리에는 후쿠오카주재 한국영사관 서현섭(徐賢燮)총영사, 규슈대 이정(李鋌)교수 등 한국인 4명도 참석했다.

북간도 룽징(龍井)에서 태어난 윤동주 시인은 연희전문학교를 거쳐 42년 일본 릿교(立敎)대 영문과에 입학했다. 그해 가을 도시샤(同志社)대 영문과로 전학한 그는 43년 7월 항일운동혐의로 일본 경찰에 붙잡혀 2년형을 선고받은 뒤 45년 2월 16일 28세의 나이로 해방을 보지 못하고 순국했다. 유해는 고향 룽징에 모셔졌다.

<후쿠오카〓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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