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가 흐르는 漢字]君子不器

  • 입력 2000년 1월 20일 19시 38분


배는 뭍에 오를 수 없고 수레는 강을 건널 수 없지만 수륙양용 차량은 산이든 강이든 가리지 않는다. 사람도 그렇다. 八方美人(팔방미인)이 있는가 하면 이렇다 할 별다른 재주나 變通(변통)도 없는 옹색한 사람도 있다.

孔子는 이런 부류의 사람을 일깨우고 있다. ‘君子不器’, 모름지기 君子란 한 가지 구실 밖에 못하는 그릇 같은 존재가 돼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물은 그릇이 어떠하든 모양을 바꾸어 적응할 수 있다.

君子는 바로 물과 같이 多方面으로 處身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덕과 지식을 兼備(겸비)하고 여기에다 원만한 인격까지 갖춰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말로 하면 전인적 인격의 소유자가 되어야 했다. 마치 그릇처럼 融通性(융통성) 없는 존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이런 생각은 學問에도 뻗쳐 君子라면 다방면으로 통달해야 했다. 우리가 잘 아는 博士라는 말도 그런 뜻이다. ‘널리 아는 선비’가 아닌가.

그 결과 당시 사회에서 중시된 것은 專門家(전문가)가 아니라 博學多識(박학다식)한 사람이었으며 그런 사람을 ‘通儒’(통유)라고 했다. 즉 백과사전처럼 다양한 분야에 능통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한 개인을 평가할 때 ‘集大成’(집대성)이란 말이 가장 큰 찬사다. 이같은 孔子의 君子觀은 특정분야에 뛰어난 專門家를 중시하는 지금의 인간관과는 거리가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一技一藝(일기일예)에 능한 사람을 무시했다는 기록도 없다. 다만 技藝를 전문적으로 익히되 인격도 갖추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어떨까.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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