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기록' 숨어 숨쉬나…은행 사면기록 내부관리 방침

  • 입력 2000년 1월 18일 20시 23분


금융기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가 정부의 ‘밀레니엄 사면’에 따라 전산망에서 명단이 지워진 사람들이 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당수 은행과 신용카드 회사들이 전산망 삭제와 상관없이 이들의 과거 연체기록을 별도로 관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

18일 전국은행연합회와 금융계에 따르면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이 기록을 향후 대출이나 카드발급 과정에서 참고자료로 쓰기 위해 자체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키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특히 업무특성상 회원의 신용도에 따라 부실률이 결정되는 카드업계 및 데이터 축적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후발은행들이 신용정보 완전삭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A카드사 관계자는 “회원들의 모든 신용정보는 사용한도와 현금서비스 대출금리 등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근거가 된다”며 “감독당국을 의식해 외부전산망에 뜨는 정보는 지웠지만 고객정보를 내부용으로 별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체경력이 있지만 사면된 고객의 경우 지점창구에서 명단을 조회하면 ‘양호’로 나오겠지만 내부자료에서는 불량기록이 남는다는 것.

B은행측은 “연체기록을 송두리째 무시하면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실히 대금을 납부한 우량고객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고객에 대한 신용관리는 해당 금융기관의 고유권한”이라고 주장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고객의 신용정보를 5년간 보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체 경력자들이 신용정보가 삭제된 사실만 믿고 금융서비스를 신청할 때 창구직원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이같은 움직임은 사면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지만 강제로 중단시킬 방법이 없어 손을 쓰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금융기관의 사후 관리대상이 직접 거래한 고객 등으로 한정되는 만큼 연체경험이 있는 사람은 거래 금융기관을 바꾸는 방법도 고려해봄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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