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터 그라스 "진정한 문학은 사색하게 만든다"

  • 입력 1999년 10월 15일 18시 45분


올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독일의 귄터 그라스가 현지시간 14일 오후 자신의 책을 출간해온 데페파우(dtv)출판사의 부스가 마련된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 6번홀 1층에서 독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함께 초대된 동료작가 디터 힐데브란트가 “난 너무 어려워서 당신 책 ‘아직도 먼 들판’(95년)을 80쪽도 못 읽겠던걸…”하고 너스레를 떨자 그라스는 “문학이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텔레비전처럼 한번 보고 지나가는 즐거움이 아니라 자꾸 생각하고 들춰보게 하는 것이 진정한 문학의 몫이라고 믿는다”고 받았다.

노벨상 수상 이후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느냐는 질문에 그라스는 “글쎄. 그동안 진료받던 치과의사한테 계속 다닐거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 ”라고 답했다.

요즘도 여전히 펜으로 원고를 쓰고 있다는 그라스는 “아직도 아침에 일어나 백지를 대하는 일이 전혀 두렵지 않다”고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분단의 아픔을 공유해 온 한국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고 묻자 그라스는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통일의 첫 걸음이다. 독일통일은 서독이 동독을 가르치는 방식이었던 것이 문제였다”고 조언했다.

다음번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전망해 줄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그라스는 “나는 스톡홀름 사람(스웨덴 한림원 위원)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시아권에서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쪽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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