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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2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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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국에 있는 1만8000여개 빠찡꼬 점의 총 매출액은 연간 30조4778억엔(약 294조원 94년 일본 총무청 조사).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등 주요 자동차메이커 매상총액의 두 배에 가깝다. 그렇다면 일본 빠찡꼬점의 60∼70%를 재일 한국인(귀화자 2,3세를 포함)이 경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왜 재일 한국인들은 야쿠자와 맞서야만 하는 빠찡꼬업에 뛰어들었는지, 왜 일본 프로축구 J리그의 스타들은 자신의 국적을 숨겨야 했는지, 일본인도 한국인도 애써 외면했던 재일 한국인들의 실상을 밝힌다. 일본 문예춘추(文藝春秋)의 고정기고 작가가 5년간 추적한 재일 한국인에 대한 논픽션 보고서.
‘오야소이 논픽션상’과 ‘고단샤 논픽션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일본 빠찡꼬 왕 한창우, 귀화 가수 니시키노 아키라, 일본 J리그의 조총련계 한국인 선수, 교포 2세 가수 아라이 에이치 등 ‘보이지 않는 존재’가 돼버린 한국―조선계 사람들에 대한 심층취재를 통해 그들을 ‘보이는 존재’로 끌어올린다.
극심한 취업 차별을 당하며 ‘빠찡꼬’ ‘불고기집’ ‘고물상’ ‘노가다’ 등 일본인이 하기 싫어하는 밑바닥 생활에서 출발, 당당히 일본을 거머쥔 재일 한국인들의 성공과 애환을 추적한다. 미국 시민권을 갖고 살아가는 미국의 한인과 달리 그들은 ‘국적〓민족성’이라는 등식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조선(북한) 한국(남한) 귀화인(일본) 등 국적에 관련된 갈등과 차별이 끊이질 않았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이해를 위해 미국과 베트남 한국 등 다각적인 ‘코리안 세계’에 대한 취재를 해냈다는 점. 미국에서는 스스로를 백인사회와 동일시하며 흑인이나 라틴계통의 사람들을 깔보는 로스앤젤레스 한국인들에게서 소수인종에 대한 편견을 본다. 또한 사이공에서는 한국에서 온 부자들을 부러워하면서도 미워하는 베트남인들의 눈빛에서 한일관계와 한―베트남 관계의 유사성을 발견한다.
지구를 한바퀴 돌았던 취재는 다시 일본으로 향한다. 95년 1월 ‘고베대지진’. 일본인과 재일 한국인이 함께 복구작업을 하는 모습에서 70년 전 ‘관동대지진’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