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어린이책]「가만히 있어도…」「문제아」

  • 입력 1999년 4월 30일 19시 45분


★「가만히 있어도 웃는 눈」이미옥 글 원유미 그림 창작과비평사 176쪽 6,000원★

★「문제아」박기범 글 박경진 그림 창작과비평사 188쪽 6,000원★

강변 아파트 17층에서 살던 새록이와 초록이. 두 형제에게 아파트 베란다는 유리로 만든 투명 캡슐이었고, 한강의 수많은 가로등은 은하계의 별처럼 보였다. 그런데 어느날. 어둡고 눅눅한 지하 단칸방으로 이사를 왔다. 은행에 다니던 아버지가 실직한 뒤 양치기를 공부한다고 뉴질랜드로 떠났기 때문이다.

갑자기 낮아진 눈높이. 하루아침에 거지가 된 왕자같은 기분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말한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이 있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우린 새롭고 낯선 동네라는 책을 읽고 있는 거야. 늘 넓은 아파트와 좋은 환경만 읽으면 재미없잖아. 편식하면 안 되는 것처럼 세상을 골고루 읽어 보렴.”

‘가만히 있어도 웃는 눈’은 아버지의 실직으로 위기를 맞은 중산층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동화. 새롭고 낯선 풍경에서 기죽지 않고 오히려 열린 세상을 발견해나가는 두형제의 맑은 동심의 세계를 그렸다.

도라지를 파는 할머니, 사람들에게 두부를 나눠주는 털보 목사 아저씨, 아이스크림 트럭 운전사 빙설대왕 아저씨…. 두 아이는 이 동네에서 새롭게 알게된 푸근하고 친근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바로 ‘가만히 있어도 웃는 눈’을 가졌다는 사실. “형, 얼마나 웃으면 저런 눈을 가질 수 있을까?”

10편의 단편동화 모음집인 ‘문제아’는 학교교육 철거민 소떼방북 등 기존의 창작동화가 피해갔던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다. 부모의 이혼과 선생님의 편견에 마음 아파하는 아이, 불량배들과 싸움을 벌이다 얼떨결에 문제아로 낙인 찍혀버린 아이 등 사회에서 애정을 받지 못하고 소외된 아이들의 동심을 그렸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주위 환경에 대해 파괴적인 행동으로 반항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을 헤아리지 못하는 어른들의 허물과 고민을 넉넉한 동심으로 껴안음으로써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들곤 한다.

신인 작가가 쓴 두 창작동화는 그동안 기성작가들이 애써 외면해온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모습을 어린이의 맑은 심성으로 바라봄으로써 신선함을 던져준다. 또한 PC통신을 하고, 인터넷 E메일을 주고 받으며, 삐삐나 핸대폰을 사용하는 90년대 후반의 일상 생활 모습을 현실감있게 그려냈다.

두 책은 창작과비평사가 주최한 제3회 ‘좋은 어린이 책’공모 창작부문 당선작들이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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