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J전한해원, 튀지않곤 못배기는 「서울대 힙합보이」

  • 입력 1999년 3월 16일 19시 16분


축 늘어진 힙합바지에 지갑분실방지용 쇠사슬에다 이마에는 고글(두꺼운 선그라스), 귀에는 피어싱(구멍뚫기)까지….

전한해원(19). 영락없는 ‘양아치’모습의 이 신세대 별명은 ‘서울대 힙합보이’다. 지난해 7월부터 음악전문 케이블채널 KMTV(채널43)의 록음악프로 ‘R.U.Ready’의 리포터로 홍익대 인근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음악을 소개하더니 지난주 금요일부터는 해외직배사의 신보를 소개하는 ‘Hot Stage’(밤9시)의 VJ로 나섰다.

전한해원은 고교를 7개월만에 자퇴하고 98년 서울대 경제학부에 또래보다 1년 먼저 들어가 유명해졌다. 억압적인 교육풍토에 대한 반항이 동기다.

어머니 영향으로 외할머니의 성과 아버지 성을 따 복수성(複數性)을 사용한 것도 유명세에 한몫했다. 어머니가 연세대사회학과조한혜정교수이고 아버지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전길남교수라는 점도 널리 알려진 사실. 어머니는 페미니즘 등 대안(代案)문화를 모색하는 문화인류 학자다. 아버지는 국내 인터넷확산을 주도한 공로로 97년 국민훈장동백장까지 받은데다 은퇴 후 네팔에 모텔을 지어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어 더욱 유명하다.

온갖 체제반항적인 기질과 요소를 갖춘 이 젊은이가 갑자기 상업방송의 ‘녹’(개런티로 자신이 소개하는 CD를 받는다)을 먹게돼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지만 단지 음악이 좋고 호기(好機)를 놓치기 싫어서였다고.

그를 발탁한 ‘Hot…’홍수현PD의 전언. “지난해 여름 서울대에서 ‘소란’이라는 언더그룹 콘서트가 있었는데 한 ‘날나리’가 갑자기 ‘스테이지 다이빙’(무대에서 관객을 향해 몸을 날리는 행위)을 하더군요. 특이해서 같이 방송하자고 했죠. 알고보니 랩 힙합 록음악 광이라더구요. 서울대생이라는 말은 한참동안 믿지않았죠.”

전한해원의 프로그램 진행방식에는 그만의 ‘삐딱이’기질이 그대로 묻어난다. 마음에 안드는 음악은 어쩔 수 없어요. 그냥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우리 PD선생님이 좋대요.’ 정도로 ‘타협’을 봅니다.”

중학교때 미국에서 1년 산 덕에 랩이 생활화돼있다는 전한해원의 말투는 ‘웅얼웅얼’. 얼핏 건방지게 들려 홍PD도 가끔은 ‘내가 어쩌다 이런 자식을…’하고 복장을 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아 이제는 그의 기호를 존중하고 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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