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총칼」에 굴하지 않은 인술 기립니다』

  • 입력 1999년 3월 11일 19시 02분


『5·18 당시 양심과 정의에 따라 인술(仁術)을 베풀며 수많은 생명을 구해준 원장님께 시민의 뜻을 담아 감사패를 드립니다.』

11일 오후 2시 광주YWCA에서는 조촐하지만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80년 5·18 당시 육군광주통합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계엄군의 총칼에 쓰러진 시민들을 보살폈던 예비역 대령 김연균(金鍊均·68·광주 북구 용봉동)씨가 당시 환자들로부터 19년만에 감사패를 받았다.

이날 김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사람은 당시 계엄포고령 위반 혐의로 수감된 뒤 육군광주통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오병문(吳炳文·73)전 교육부장관과 조아라(曺亞羅·88)광주YWCA명예회장.

김씨는 육군광주통합병원장에 부임한지 2년째인 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의료진과 함께 1백33명의 시민들을 치료했다.

당시 전남대병원 등지에서 밀려드는 부상자들로 의약품이 동이 나 구호요청을 하자 계엄군의 감시 속에서도 다른 병원에 의약품을 보내주기도 했다.

그는 5월20일부터 3일간 계엄군이 시민군에 밀려 시외곽으로 퇴각해 병원이 고립무원 상태였을 때도 의료진과 함께 시내로 나가 부식을 구해 환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줬다.

당시 전남대교수였던 오 전장관은 “김원장이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계엄군이 한때 병동을 봉쇄했을 때 그는 몸싸움을 벌이면서까지 치료를 해줬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이 때문에 ‘5·18의 동조자’로 몰려 합수부로부터 조사를 받았고 준장승진 심사에서도 탈락, 82년 예편해야 했다.

둘째아들(38)과 함께 광주 북구 오치동에서 혜성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이제 더 이상 5·18과 같은 시대적 아픔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은빛 감사패를 가슴에 품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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