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기획전 참가 獨출신 그림의 비디오 아트

  • 입력 1999년 1월 31일 20시 25분


물을 가득 채운 커다란 정화조. 그 안에 다양한 영상을 펼치는 다섯대의 작은 모니터. 수면위를 재빠르게 움직이는 곤충들….

일민미술관(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전시중인 비디오 아트 작품 ‘인큐베이터’. 첨단 테크놀러지와 삶과의 관계를 탐색하는 기획전 ‘미메시스의 정원’의 한 출품작이다.

‘인큐베이터’의 작가는 독일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 올리버 그림(35). 그는 “정화조의 물은 생명의 기원(起源)을 나타내고 모니터는 생명의 원천인 여성의 몸을 영상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인큐베이터는 생명의 우물로서 생명체가 자라는 모태 공간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5년 10월 한국에 온 이후 두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부인은 독일에서 만난 한국 여성인 박현희씨(36).

“독일에서는 지루했어요. 똑같은 얼굴만 보고 똑같은 길만 다녔으니. 처음 한국에 와서는 많이 놀랐습니다.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고 빈부 격차도 크고.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그는 한국어로 말하고 매일 세끼 반찬을 김치로만 먹는다.그만큼 한국과 친해졌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등 세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그는 “한국 교육이 과목도 많고 과제도 많아 학생들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짜 낼 시간이 부족한 듯하다”고 말한다.

그의 원래 꿈은 클래식 기타리스트. 그러나 사고로 엄지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미대에 들어가 미디어 디자인과 조형예술을 공부했다. 앞으로는 음악과 미디어 아트를 접목하는 ‘비주얼 뮤직(Visual Music)’을 추구할 것이라고. 그는 이번 작품에서 영상 작업은 물론 사운드 편집도 스스로 했다.

‘미메시스의 정원’전에는 안수진 최우람 문주 임영선 정인엽씨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2월28일까지. 02―721―7772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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