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알뜰고객들이 몰린다…새벽1시에도 북적

  • 입력 1998년 12월 9일 19시 27분


코멘트
“이러다가 소매시장이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등 재래의류 ‘도매’시장에 ‘소매’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새로 등장한 고객층은 수첩에 구매할 품목을 꼼꼼히 적어와 2,3벌씩 사가는 알뜰고객들. 97년까지만 해도 재래시장의 주고객은 한번에 수십벌씩 구매하며 시장을 누비던 지방의류상인들이었다.

하지만 IMF 이후 상인들의 구매가 30∼40% 가량 감소한 반면 알뜰고객들의 발걸음은 훨씬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말이다.

주부나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오후는 물론 지방상인들이 대거 몰려와 시장이 가장 활기를 띤다는 오전 1시경에도 일반 고객들의 발길은 잦은 편. 9일 새벽 남대문시장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부부단위로 쇼핑을 나온 고객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부인과 함께 쇼핑을 나온 김인준씨(35·은평구 불광동)는 “아내가 하도 졸라 나와봤어요. 내일 출근도 하고 귀찮기도 해 내키지 않았는데 막상 나와 보니 물건도 많고 가격도 저렴해 괜찮네요”라며 웃는다. 부인 박현숙씨(32)는 “남편과 오랜만에 영화 한편 보고 차한잔 마신 후 시장에 들렀어요. 데이트도 하고 옷도 싸게 살 수 있어 좋네요”라며 즐거운 표정이다.

상인들이 일반고객을 대하는 태도도 변했다. 더 이상 일반고객들은 몇벌 사지도 않으면서 고르는 태도만 까다로운 ‘미운오리새끼’가 아니라는 것. 일반고객 숫자도 만만찮은데다 지방 소매상들이 외상으로 물건을 떼가는 경우가 잦은 반면 일반고객들은 현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환영할 만하다는 것.

동대문시장의 의류상가인 제일평화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평화시장에서 성인복을 팔고 있는 김모씨(46)는 “알뜰 부부들은 구매자도 많지 않고 기호도 까다로워 물건 팔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요즘같은 때는 손님 발길이 잦은 것만해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기는 기색이다.

남대문시장의 한 관계자는 “도매가 잘 이뤄져야 재래시장이 살 수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늘어난 일반고객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고 그간의 변화를 설명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