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수녀-정녀 친목단체 三笑會,매년 음악회등 열어

  • 입력 1998년 7월 21일 19시 47분


검은색 머리수건, 삭발과 먹물빛 가사장삼, 쪽져 올린 머리에 검은색 한복 치마저고리….

천주교의 수녀와 불교의 비구니, 원불교의 정녀(貞女). 믿음도 다르고 믿음의 방식도 서로 다르지만 ‘정결’과 ‘청빈’ 그 삶의 모습은 비슷하다. 무엇을 간절히 기구(祈求)하는 동정녀(童貞女)의 삶.

“일반사람들은 ‘무슨 사연이 있길래 수도자가 됐나’며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곤 하죠.그러나 대부분 수도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예요.”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 김마리후꼬수녀.수도직은 자신이 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성소·聖召)’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전국비구니회 진원(眞源)스님도 “아무리 출가를 했다지만 결혼 생활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요. 그러나 물도 찰랑댈때야 넘치지만 그릇이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 있으면 움직이지도 않는 법”이라고 대답했다.

우리나라에 비구니 스님은 약 3천5백명가량.

최초의 비구니 도량이었던 수덕사 견성암을 비롯 운문사 동학사 봉녕사 청암사 등 비구니 사찰은 전국에 8백여곳.

원불교의 성직자인 교무(敎務)중 특별히 결혼하지 않는 사람을 정남(貞男) 정녀(貞女)라고 부른다. 남자 교무는 대부분 결혼한 사람이지만 1천여명의 여자교무의 대부분은 결혼하지 않는 정녀다.

수녀들은 전국의 80여곳의 수녀원과 성당,복지시설 등에서 7천5백여명이 봉사하고 있다.

보통의 처녀가 수도자가 되는 과정은 멀고도 험한 길. 5∼10년 이상 걸린다. 수녀의 경우 3년여의 예비수녀기간을 지나 서원(誓願)을 한 후에도 5년간 1년에 한번씩 ‘갱신식’을 치러야한다. 10년차 되는해 ‘종신 서원’을 하면 영원한 하느님의 성녀로서 인정받게 된다.

비구니의 경우도 행자 6개월, 사미니 2년, 식차마나니 2년을 거쳐야 구족계(비구니계)를 받는다. 대학원과정까지 마쳐야하는 정녀는 10여년의 수련과 3차례의 문심을 통과한 후 35∼40세가 돼야 정화단에 가입할 수 있다.

이들의 교단내에서의 권한과 역할은 약간 차이가 있다.

수녀는 수도직으로서 미사를 집전할 수 있는 사제직이 아니다. 최근 수녀들에게도 성체분배권이 주어졌지만 어디까지나 사제에 대한 보좌역할 일뿐. 아직까지 교황청에서는 여성 사제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비구니나 정녀는 각종 종교의식을 치르는데 남자와 똑같은 권한을 갖고 있다. 비구니는 비구니 사찰의 주지가 될 수 있으며 원불교의 경우 전국의 14개 교구중 10개 교구장을 여자 교무가 맡고 있을 정도로 교단내의 정녀들의 파워는 막강하다.

‘연꽃같은 미소와 천상의 화음’. 수녀와 비구니, 정녀들은 장애인올림픽이 열린 88년 ‘삼소회(三笑會)’라는 친목 단체를 만들었다. 해마다 음악회와 시화전을 여는 이들의 아름다운 우정은 어느덧 종교간 화합의 상징이 되고 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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