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세상살이 『숨어서 사랑…어느새 익숙해졌어요』

일반인들이 자신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동성애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세상을 어떻게 볼까.

서울 강남의 한 치과를 찾아간 것은 24일 오후. 동성애자인 원장 A씨를 만났다.

기자〓왜 동성애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나.

A씨〓왼손잡이가 왼손잡이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겠느냐.

기자〓주위에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이 있는가.

A씨〓없다. 나이는 많지만 계속 선을 본다. 만나는 여자를 자주 바꿔 바람둥이처럼 보이게도 하고…. 물론 결혼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기자〓동성애 성향이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가.

A씨〓그게 문제라면 남편은 왜 아내를 산부인과 남자의사에게 맡기느냐?

기자〓….

서울 이윤수비뇨기과원장이 최근 성인남자 1천명을 대상으로 ‘동성애 욕구를 느낀 경험’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5%가 ‘그렇다’고 대답. 48년과 53년 미국 킨지교수가 성인 남녀 1만8천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바에 따르면 남성의 37%와 여성의 13%가 동성과의 성행위를 경험.

A씨처럼 동성애자는 화이트칼라 전문직에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성애자가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프리랜서나 자영업을 ‘도피적’으로 선망할 것이라는 일반론에 이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게이들이 자영업을 택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고시공부하겠다는 사람들을 자폐증 환자라고 몰아 세우는 것과 같다.” 22일 만난 동성애자 B교수(K대). “게이 하면 낙원동 극장이나 남산에서 성욕에 굶주려 배회하는 ‘짐승’의 모습만 떠올린다. ‘미아리’나 ‘청량리’를 드나드는 남자들로 모든 남성을 평가한다면 올바른 평가가 되겠는가.”

최근엔 동성애를 ‘성적 취향’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미국 정신의학회(APA)는 73년 동성애를 정신질환에서 제외했다.

게이인 모피판매업체 대리 C씨. “아직 사회가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사실 괴로울 것도 없다. 숨기면 그만이니까. 룸살롱에 가면 누구보다 더 ‘야하게’ 놀거나 터프하게 행동하는 것은 ‘생존의 법칙’이다. 다만 함께 사우나에 가면 ‘종기가 났다’며 잡지책을 보고 있어야 하는 게 제일 힘들다. 간혹 발기가 되는 경우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AT&T IBM 월트디즈니 등 적잖은 기업에서 성적 성향을 근거로 직원을 차별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성적 취향? 바람둥이도 업무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승진시키기를 꺼리는 게 우리 사회다. 회사의 ‘인사’란 ‘사람을 뽑는 법’과 동시에 ‘자르는 법’을 연구하는 곳임을 모르는가.”(D기업 이사)

동성애가 업무능률에 영향을 준다는 뚜렷한 근거는 없다. 한 공기업 사원 D씨(게이). “매력적인 남성과 함께 일하면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지만 업무능률까지 떨어뜨린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예쁜 여사원과 함께 근무하는 남자의 업무능률이 떨어지는가.”

그러나….

“동성애자들은 바이러스와 같다. 회사를 온통 동성애자로 물들일 것이다.발각만 되면 ‘사풍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동성애자들에게 말한다. 동성애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하라. 그러나 걸리진 마라.”(S기업 인사담당자)

동성애자인 직장인들은 일절 자신을 드러내지(커밍아웃·Coming Out) 않고 이중생활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보통신업체에 다니는 레즈비언 E씨의 말처럼 “힙합바지와 배꼽티를 책가방에 넣고 밤을 기다리는 교복차림의 여고생” 심정인지도….

“직장 동료가 게이임이 밝혀지면 사람들은 대개 ‘아, 당신은 나와 다르군요’하는 대신 ‘치’를 떤다.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그로 인해 내 속의 동성애 욕구가 일깨워지면 어쩔까 하는…. 항상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건 얌전한 고양이다. 두렵지 않다면 미워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이규환 한마음신경정신과원장)

〈이승재기자〉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