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대 의심” 반복신고 아동 6795명… 6명중 1명꼴 두번 이상 학대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29일 04시 30분


피해 아동 기준 신고건수 첫 집계
6명중 1명 두번 이상 학대 호소
지자체 등에 통계 공유 안해 혼선
“美-英처럼 고위험군 적극 대응을”

지난해 8월 경기의 한 주택에서 “아버지가 애들을 골프채로 때린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지를 분리 조치하고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지난해 1월 개편한 학대예방경찰관(APO) 전산망 덕분에 그가 과거 아동학대로 1차례, 가정폭력으로 2차례 신고된 전력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대 피해가 의심돼 두 차례 이상 신고된 아동이 지난해에만 68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대 의심 신고가 두 번 이상 접수된 아동은 6795명이다. 신고가 접수된 전체 아동 4만3050명 가운데 15.8%에 해당한다. 세 차례 이상 신고된 아동은 2433명이었고, 114명에 대해선 열 번 넘게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경찰이 반복 신고 여부를 ‘신고자 번호’가 아닌 ‘피해 아동’ 기준으로 실시간 집계할 수 있도록 전산망을 개편한 이래 처음으로 집계된 수치다.

경찰청은 아동학대 반복 신고 자체가 위험 신호인 만큼 출동 단계부터 이를 인지해 현장에서 가해자를 적극적으로 분리하고 월 1회 이상 대면 모니터링으로 안전을 확인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조소연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방자치단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등에게도 관련 통계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여러 번 신고된 경우는 당국의 개입이 적절했는지 점검해야 개편의 실효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간 경찰은 112 시스템 상에서 학대 피해 의심 아동이 아닌 신고자의 연락처를 기준으로 반복 신고 여부를 집계했다. 따라서 같은 아동에 대해 어린이집 교사나 의료진 등 다른 사람이 신고해도 반복 학대 여부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2020년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에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아동이 생후 16개월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서울 내 반복 신고 아동 668명을 전수 조사했지만 실시간 집계 시스템으로 구현되진 않았다. 보건복지부의 ‘재학대’ 통계도 과거 5년 내 학대 판정을 받은 아동이 다시 학대로 판정된 경우만 집계해 신고 단계에서 위기 신호를 포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동학대 반복 신고 6795명, 첫 집계

이에 따라 경찰청은 지난해 1월 학대 의심 피해 아동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기준으로 집계 기준을 바꿔 반복 신고 현황을 정확히 조회할 수 있게 했다.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등 신고도 같은 시스템으로 일원화했다. 학대 판정 이전에 방치된 ‘잠재적 고위험군’의 규모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지난 한 해에 반복 신고된 학대 의심 아동만 6795명으로 집계됐다. 일부 허위 신고가 포함된 점을 고려해도 2020년 전수 조사의 10배 수준이다. 그간 포착되지 않았던 숨은 위험군이 전산망 개편을 통해 비로소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전체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2022년 4만6103건에서 2024년 5만242건으로 증가했다.

현장에서는 새로 파악된 학대 위험군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대응 지침을 정립하고 이를 유관기관에도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한 경찰서의 아동학대 사건 담당 팀장은 “통계 집계 이래로 반복 신고에 대한 지침을 따로 하달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또 반복 신고 통계는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아 플랫폼 간 연동이나 통합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나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공유되지 않는 점도 보완할 부분이다. 현장에 출동하는 공무원이 해당 아동이 이미 수차례 구조 신호를 보낸 고위험군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조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美·英처럼 반복 신고에 엄정 대응해야”

반복 신고 자체가 위험 신호이므로 이를 가해자 분리 조치 등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양주시에서 뇌출혈을 당해 14일 숨진 세 살배기의 경우 지난해 12월에도 아버지의 학대가 의심돼 신고됐지만 당시엔 불기소 처분됐다. 당시 이미 2차례 가정폭력으로 신고됐던 점을 고려하면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선 반복 신고를 중대한 위험 신호로 보고 대응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은 경미한 학대 신고도 반복되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아동보호 기관이 강제로 개입하거나 지속해서 모니터링한다. 영국은 경찰과 사회복지사, 의료진 등으로 구성된 ‘다기관 아동 보호팀’이 기록을 종합 검토해 조기 개입 여부를 결정한다. 독일에선 학대 정황이 반복되면 전담 기구인 아동청이 부모 동의 없이도 아이를 보호시설로 옮길 수 있고, 필요시 법원에 친권 제한을 청구한다.

서 의원은 “아동학대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려면 반복 신고 관리를 강화하고, 유관기관 간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한다”면서 “관련 제도를 점검하고 신속히 개선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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