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님들 제머리 깎는다…대개 면도로 직접 밀어

  • 입력 1998년 6월 19일 20시 11분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아니다. 요즘 스님들은 대부분 스스로 머리를 손질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은 지금보다 훨씬 날이 크고 무딘 ‘삭도(削刀)’로 머리카락을 깎던 시절의 얘기.

조계종 총무원의 제원스님은 매일 아침 세수를 하면서 거울 앞에서 손수 머리를 다듬는다. 면도날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발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면도’에 가깝다. “머리 피부는 턱보다 굴곡이 없고 단단해 오히려 혼자 깎는 게 편하다”는 것이 스님의 설명.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배우 강수연의 삭발식. 이처럼 출가 후 처음으로 삭발을 하고 수계(受戒)하는 것을 ‘득도식(得道式)’이라 부른다. 이때 법명을 지어주고 가위와 칼로 머리를 깎아주는 이를 평생 ‘은사(恩師) 스님’으로 부모처럼 모시게 된다.

선원(禪院)이나 강원(講院)에서 단체로 도를 닦고 공부하는 스님들의 경우는 한달에 두번 정도 삭발과 목욕을 한다. 주로 초하루와 보름날. 택일에도 살생을 금하는 불가의 가르침이 배어 있다. “옛날에는 머리카락에 이가 많았죠. 머리를 자르면 이가 죽기 때문에 기왕이면 각종 의식이 행해지는 초하루와 보름, 즉 좋은 날에 죽으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대구 은적사 주지 법민스님의 설명이다.

스님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은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 바랑을 짊어지고 어디론가 걸어가는 것’. 이 때문에 많은 노승들은 파르스름할 정도로 길이가 1㎜도 안되게 머리카락을 깎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너무 자주 면도칼을 사용하면 피부가 다칠 우려가 있어 일주일에 한번꼴로 머리를 다듬는 것이 보통.

반면 대처승인 태고종 승려의 머리카락은 조계종 승려보다 1,2㎝ 정도 더 길다.

그러면 ‘중이 제머리 못 깎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조계종 문화부장 덕운스님. “말 그대로 못 깎는다는 게 아닙니다. 홀로 득도하기란 그만큼 어려우니 여러 동료들과 함께 도와가면서 수행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죠.”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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