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숨결 들리는듯…』 이상원씨 러 초대전 호평

입력 1998-05-13 07:02수정 2009-09-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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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사람들’
러시아 극동 지역의 심장부 블라디보스토크. 살림살이는 아파트 계단에 전등이 꺼져 있을 만큼 누추하나 문학과 회화에 관한 예술적 자존심만은 유럽에 못지않은 곳.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있는 프리모리예(연해주) 주립미술관에서 한국 화가 이상원 화백(64)의 초대전이 호평을 받았다.

7일 개막식에는 비탈리 히리프첸코 연해주 주문화장관, 게나지 투로모프 극동기술대 총장, 김홍석 주 블라디보스토크 영사를 비롯해 현지 화가 40여명 등 1백여명이 참석했으며 현지 매스컴도 비중있게 다루었다.

히리프첸코 장관은 개막식에서 “인물화가 압권이며 주름살과 눈빛, 노동의 묘사에서 생생한 삶의 현장이 느껴진다”며 “이번 전시는 러시아 화단에 신선한 자극”이라고 말했다.

이화백이 선보인 20여 작품은 동해안 어부의 삶을 주제로 한 세밀화. 모두 2백, 3백호 크기의 대작으로 기법적으로는 수묵과 오일을 혼합했다.

특히 작가는 동해안 어부의 노동 장면을 주름살 하나까지 세세히 묘사, 카메라로도 포착하기 어려운 독특한 ‘작가의 눈’을 보여줬다. 어구나 어망, 마대는 마치 살아 호흡하고 있는 듯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화백의 그림이 호평을 받은 대목은 두가지. 우선 30년대초부터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터줏대감으로 자부해온 러시아 화가들에게 이화백의 사실적(寫實的) 묘사력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원로화가 르바르츠크 바실리는 “러시아의 전통적인 사실주의와 다른 이화백의 작품은 존재의 실감(實感)이 그대로 전해지는 새로운 리얼리즘”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수묵과 오일을 혼용한 것도 관심을 끌었다. 연해주 미술관의 큐레이터 누드빌라 이바노브나는 “한지에 먹과 오일을 혼합한 재료를 선보인 작가는 이곳에서 처음”이라며 “사실주의에다 상징성을 가미해 노동과 땀냄새를 그대로 살렸다”고 말했다.

이화백은 60, 70년대 한국에서 초상화의 1인자로 손꼽혔으며 박정희전대통령과 맥아더원수 등을 그린 작가. 70년대 초반부터 순수 회화쪽으로 돌아서 동아미술상을 두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15일 끝나는 이번 전시에 이어 7월말 베이징에 있는 중국미술관에서도 같은 작품으로 초대전을 갖는다.

〈블라디보스토크〓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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