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카페도 「거품빼기」안간힘…여름엔 「초저녁 할인」전략

  • 입력 1998년 5월 12일 19시 24분


지난 일요일 오후 10시. 안타깝게 사그라져가는 휴일의 끝. 하지만 서울 신촌기차역 부근 록카페 ‘고구려’에서는 젊음의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시간. 작은 맥주 한병씩 놓고 터질 듯한 음악소리를 비켜 ‘고함’치며 대화하던 남녀 대학생 4명. DJ가 유승준의 ‘나나나’에 요란한 비트를 더해 볼륨을 높이자 자연스럽게 스테이지로 뛰어나간다. 가볍고 발랄한 몸놀림. 하지만 ‘젊다’는 것만으로 IMF의 버거운 짐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K대 교육학과 3년 정민아씨(21). “과외 아르바이트가 끊어진데다 부모님에게 받는 용돈도 줄어들어 한달에 3, 4번씩 오던 것을 1, 2번으로 줄였어요.”

90년대 젊은이 놀이문화의 ‘첨단지대’인 록카페에도 어김없이 불어닥친 IMF 바람. 그 바람은 ‘물좋은 젊은이들’에게 어떤 파장을 미치고 있을까? ‘록카페의 경제학.’

▼ 경영상태 ▼

96년 서울 압구정동 1호점을 시작으로 13호점까지 연 록카페체인 고구려. ‘한국형’ 록카페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전체매출은 30∼40% 감소.

2호점인 신촌점. 지하 1층에 50여평 규모. 테이블 30개 1백20석. 바에 있는 좌석을 합해 1백40개의 좌석.

대학생 고객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일일 테이블 회전율’이 뚝 떨어졌다. 평균 2.5∼3회는 손님이 물갈이돼야 이익이 생기지만 요즘은 1.5∼2회 수준.

록카페의 주수입은 맥주판매. 매출의 7할을 차지한다. 손에 들고 마시는 ‘작은 병’이 국산 5천5백원, 수입맥주 5천8백원. 구입가격이 국산맥주 1천원, 수입맥주 1천6백원이니 병당 4천5백∼4천2백원 정도 남는 셈. 주말에 3백여병, 평일에는 1백20∼1백50병이 나간다. 양주매출비율은 5%.

신촌팀장 최관식씨. “외국산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밀러나 코로나같은 외국산을 찾는 젊은이가 5대 5, 6대4정도로 많았는데 최근에는 8대2로 국산을 많이 찾는다.”

월 매출은 약 5천만원. 주방요원 3명, DJ월급, 시간당 3천원짜리 아르바이트생 4명을 합해 월 인건비는 1천만∼1천1백만원. 임대료 월 4백만원. 4천만원 정도가 운영관리비로 들어간다.

지난해 7월 ㈜고구려와 1억5천만원씩 자본금을 출자해 동업형태로 사업을 시작한 신촌팀장 최씨의 수입은? “팀장월급 1백50만원과 순익 1천만원 중 반정도를 이익으로 가져간다. 지난해 보다 줄었지만 손해보는 건 아니다.”

▼ 생존전략 ▼

신촌점은 경영상태가 양호한 편. 은행이자율보다 순익이 떨어지는 점포가 80%가량이다.

체인점을 관리하고 영업전략을 짜는 ㈜고구려의 안희태 감사실장. “젊은이들의 놀이문화가 10년정도 후퇴하는 느낌이다. 춤 술 음악 분위기를 동시에 즐기던 젊은이들이 ‘생맥주집’으로 돌아가려 한다. 가격을 낮추는 생존전략을 펼지, 젊은이 취향의 이벤트를 강화하는 공격적 전략을 택할지 기로에 서 있다.”

여름의 ‘긴긴 하루해’도 록카페의 적. 어둑어둑해야 손님이 드는 특성 때문이다. 평일은 오후 5시, 주말은 3시에 문을 열지만 실제 손님이 오는 시간은 7시 이후. “7∼9월에는 8시까지 해가 남아 있어 초저녁에 30∼40% 할인해주는 전략을 세웠다.”

고객층은 대학생이 80%. 나머지는 신세대 직장인. 직장인이 학생에 비해 1.5∼2배 돈을 많이 쓰지만 ‘물관리’의 필요성을 생각하면 그리 반가운 손님은 아니다. 안실장은 “젊은이들의 ‘놀이공간’인 만큼 물관리는 필수다. 출입을 통제하지는 않지만 음악선곡 등의 방법으로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한다.

〈박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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