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없는 「청약자격 완화」, 무더기 미분양사태 우려

  • 입력 1998년 4월 8일 19시 47분


3일 시작한 올해 서울지역 3차 동시분양의 청약 실적이 극히 저조하다.

주택은행이 무주택 우선순위자와 서울 및 수도권 거주 1순위자 청약 접수를 마감한 8일 현재 총공급분 2천3백19가구에 8백2명만이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로 가면 최종 청약률이 50%에도 못미쳐 3월초 실시된 2차분양에 이어 대량 미분양사태가 재현될 것으로 내다본다.

청약배수제가 폐지돼 1순위자는 누구가 신청할 수 있었음에도 이같이 분양률이 낮은 것은 가계소득 감소와 고금리로 주택구입 자금 마련이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택업계에서는 재당첨 제한 완화 등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주요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5월경까지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분양률 75.9%

▼청약 실적〓9개 지구에서 31개 평형이 공급된 이번 동시청약에서는 도곡동 삼성아파트 47평형(6.5대1)과 신당동 남산타운 32평형(2.3대1)을 제외하고 모든 평형이 미달 상태다. 13개 평형은 청약자가 한명도 없었다.

도곡동 삼성아파트 47평형은 16가구 공급에 1백4명이 몰렸고 1백22가구가 나온 신당동 남산타운에는 2백78명이 신청했다.

신청자들이 모두 분양 계약을 하더라도 미분양률이 75.9%에 달한다.

이번 동시분양은 청약배수제가 폐지돼 1순위자는 누구나 청약 할 수 있는데다 국민주택도 3백46가구가 공급돼 청약저축가입자들에게도 청약기회가 주어졌다. 이같은 호조건에도 불구하고 청약률이 기대 이하로 나타나자 건설업계의 낙담이 여간 크지 않다.

분양가 20% 올라

▼청약 저조 원인〓무엇보다도 주택 수요자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풀리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청약배수제 폐지로 신청자격은 크게 완화됐으나 △가계소득 저하 △고금리 △주택할부금융의 중도금 대출 중지 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 청약 의사를 지닌 수요자들도 청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번에 분양된 아파트의 분양가가 연초에 비해 20% 가량 올라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었던 것도 수요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원인이다.

도곡동 삼성아파트와 신당동 남산타운만이 유독 경쟁 양상을 보인 것은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4천만∼8천만원 낮아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당첨 제한 완화 △분양권 전매 허용 △국민주택 규모 양도세 폐지 △주택임대사업 요건 완화 등 주택시장 활성화 방안의 시행을 기다리며 내집 마련 시기를 미룬 것도 미분양 증대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출여건 개선돼야

▼향후 분양 전망〓주택수요자들은 △자금 경색이 풀리고 △시세차익이 보장되고 △부동산 경기 전망에 대한 확신이 서야만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택업체들은 올 상반기 중 김포 용인 등 수도권 지역에서 성수기의 공급물량에 맞먹는 3만여가구를 쏟아놓을 계획이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2,3년 전에 은행빚으로 사들인 사업부지를 묶어둬 막대한 금리를 무는 것보다 그나마 절반이라도 분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주택 자금 대출 여건이 개선되고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시행되지 않으면 수도권에서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악화할 것이라는 주택업계의 전망이다.

〈이철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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