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모델]「뜨는」후배엔 「하늘」같은 선배도…

  • 입력 1998년 4월 8일 19시 47분


▼선배는 하늘?〓“꿇어”하면 무릎을 꿇었다. 하이힐로 때리면 맞았다. 먼 옛날 전설 같다고? 바로 몇 년전까지도 그랬다. ‘군기’가 세기로 유명한 모델 동네 이야기.

어린 선배에게 존대어, 나이많은 후배에게 반말. 나이에 관계없이 무조건 경력 순, 모델학원 기수대로다. 새파란 고등학생이라도 선배는 선배. 처음 본 선배를 못 알아보고 ‘○○씨’했다가는 선배들에게 둘러싸여 심하게 혼난다.

점심시간이면 선배 앞에 밥 놓아주고 치우는 것도 후배 몫. 패션쇼 무대 뒤에선 후배들끼리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젓가락질을 한다. 선배보다 ‘잘 나가는’ 후배에게 궂은 심부름거리가 몽땅 떨어지는 일도 다반사.

모델들은 워낙 개성이 강해 적절히 조율해줄 ‘군기’가 필요하단다. 기강이 탄탄해야 남들이 모델을 우습게 보지 않는다는 얘기도 그럴싸하다.

▼잘 나가면 선배?〓선배한테 무조건 인사하라고? 왜? 선배 밥 갖다주라고? 왜, 왜, 왜? 반란은 서서히 시작됐다. 혼내면 눈 내리깔고 얌전히 듣지만 뒤돌아서면서 ‘핏’해버리는 후배가 하나둘셋넷…. 야단치던 선배, 김빠져 버렸다.

한창 ‘뜨는’ 10대 모델에게는 선배라도 별 소리를 못한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

잡지에 CF에 너도나도 모델이라 나서니 누가 ‘진짜’ 모델인지 알 수 없어진 것도 이유. 한번 나오고 말 애한테 뭣하러 잔소리 하나 싶어 그냥 ‘너는 너, 나는 나’, 관심을 ‘껐다’. 따끔한 잔소리만큼 살뜰한 조언도, 따뜻한 애정도 사라진 아쉬움 가득한 풍경.

〈윤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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